한중 FTA로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의 비중 상승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서비스산업 비중은 2004년만 해도 40.4%로 제조업(46.2%)에 크게 뒤졌지만 지난해에 46.1%로 43.9%로 하락한 제조업을 처음 앞질렀다.
물론 중국은 금융을 이번 개방 대상에 넣었지만 수준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과 전자상거래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이번에 한국에 문을 연 서비스 시장은 중국이 고도화흘 추진해온 업종들이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이 독점해온 시장을 민간자본에 개방하는 개혁을 추진하면서 금융과 통신을 그 대상에 넣었다.
18년만에 처음으로 올해 민영은행 설립 인가를 내준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서비스 산업을 키우려는 것은 일자리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올들어 9월까지 창출된 일자리가 올해 연간 목표치인 1000만명을 넘어선 것도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상승한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두번째로 중국은 또 한중 FTA 타결이 자국의 과잉공급 산업에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의 과잉공급 업종인 석유화학제품 중 일부(나프타)는 한국이 수입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했다. 중국은 지역경제공동체 구축을 통해 해외 인프라 투자를 가속화하고 이를 토대로 철강 석유화학 등 자국의 과잉공급 업종의 재고를 소화시킨다는 구상이다.
중국이 400억 달러를 출연키로 한 실크로드 기금이나 내년말 출범을 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이 중국이 주도하는 지역경제공동체의 인프라 시설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철강 시멘트 등 중국의 과잉공급 산업은 최근 부동산발(發) 내수부진으로 심각한 재고 부담에 시달리면서 중국 경기를 둔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성라이윈 국가통계국 대변인이 최근 3분기 성장률이 5년반만의 최저수준이 7.3%로 내려앉자 과잉공급 업종의 조정 효과가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을 정도다. 시 주석은 지난 9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 포럼 기조연설에서 ”향후 10년간 중국의 해외투자가 1조25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중국은 2020년까지 아시아의 인프라 투자수요가 연평균 7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세번째로 중국은 한중 FTA 체결로 대(對)한국 수출 증대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을 기대한다.. 중국의 역대 FTA 대상국중 한국은 경제 규모가 가장 크다. 세계 10대 교역국 중 유일하게 중국과 FTA를 맺은 국가이기도 하다. 한국은 국가 기준으로 중국의 3위 무역 대상국이기도 하다. 더욱이 한국은 중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 중 중국에 가장 많은 무역적자를 안기는 국가다. 올들어 10월까지 중국은 한국에 755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중국 관세청 기준).
네번째, 한중 FTA 체결로 중국이 G2(주요2개국)로 불리는 미국과의 경제영토 주도권 쟁탈전에서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중 FTA로 중국과 FTA를 맺은 국가(홍콩 마카오 대만 아세안 제외)는 9곳으로 늘어났지만 단순한 숫자 증가의 의미를 뛰어 넘는다.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FTA를 맺은 한국과의 FTA는 미국의 중국 포위망을 뚫을 수 있는 전초기지를 마련해 준다는 게 중국의 속내다. 한중 FTA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을 배제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제창한 ‘실크로드 경제벨트 및 21세기 해상실크로드(一帶一路)’와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유라시아이니셔티브간의 접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시 주석은 9일 APEC 최고경영자 포럼 기조연설에서 “여러 지역 FTA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 선택의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며 “아태 지역경제의 일체화가 심화될 지, 과거 사고에 머물러 지역경제가 파편화하는 소용돌이에 빠질 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배제한 TPP를 밀어부쳐온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한중 FTA 타결을 선언한 날 개막한 APEC 정상회의 의제로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을 채택시키는 뚝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미국은 TPP 추진 동력을 잃을까 FTAAP가 의제로 채택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FTAAP추진합의문엔 ‘베이징 로드맵’이란 이름이 붙었다.2001년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할 때만 해도 기존 질서의 수용자였던 중국이 이제 질서 제정자로 나서려고 하는 것이다.
시진핑이 버락 오바바 미 대통령의 기선을 제압한 건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미국은 우방국인 한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이 창립 멤버로 참여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외신들은 전한다. 이 때문에 지난달 AIIB 창립 멤버 양해각서를 체결한 국가 21개국 명단엔 이들 3개국 이름이 빠졌다. 그러나 지난 6일 인도네시아가 AIIB 참여를 표명한데 이어 시 주석이 15일부터 방문하는 호주도 이를 뒤따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TPP의 추진 동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마바 대통령이 주도해온 TPP는 연내 타결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일본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8일 베이징의 미국 대사관에서 열린 TPP 참여 12개국간 지식재산권과 공기업 개혁 등에 관한 협상이 별 진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10일 열린 TPP 정상급회의에서도 조기타결을 위한 협상 지속 등 기본적인 수준의 원칙에만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