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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활황에 지자체 도시공사들 표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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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에 수십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활기를 띠고 있는 아파트 분양시장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곳이 있습니다. 아파트를 짓는 땅을 건설사와 시행사에 판매하는 지방자치단체 도시공사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아파트 용지 매각이 지지부진하면서 해당 지자체를 파산위기까지 몰아가는 등 재정난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이들 도시공사들이 최근 분양시장 호조로 용지 매각에 성공하면서 모처럼 어깨를 펴고 있습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 일대에 아파트 4000여가구를 짓는 ‘역북지구’ 사업을 추진해온 용인도시공사는 올 상반기까지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A, B, C, D 4개 블록 중 A블록을 제외한 3개 블록 땅이 주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매수자가 원할 경우 나중에 땅을 되사주는 토지리턴제 방식을 적용한 C블록은 매수자가 리턴권을 행사하면서 지방채를 발행해 땅값을 돌려주면서 자금난을 겪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올 들어서만 사장이 3번째 바뀌는 등 혼란도 극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과 수도권 신도시 개발 잠정 중단 등으로 분양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역북지구 C블록(1335억원) D블록(629억원) 등이 잇따라 매각에 성공하면서 용인도시공사는 재정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덕분에 용인도시공사에 4000억원을 웃도는 채무보증을 했던 용인시의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 등이 지난해보다 각각 15.26% 포인트와 17.21%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경기도 산하 경기도시공사도 표정관리 중입니다. 경기도시공사도 이달 초 수원 광교신도시 주상복합용지 C2블록을 7507억원에 중흥건설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매각 예정가격 5644억원의 133%에 달합니다. 3.3㎡당 매각가격이 2934만원으로 땅값만 놓고 보면 서울 강남권 못지 않은 비싼 가격입니다. 지난 2월 D3블록(2570억원)을 시작으로 C3블록(2420억원) C4블록(1577억원) 등 올 들어 광교신도시에서 매각한 주택용지 가격만 1조4067억원에 이릅니다.

토지 매각 호조로 경기도시공사의 부채는 지난해보다 2800억원이 줄어들어 318%에 달하던 부채비율도 300%(299%)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경기도시공사는 남양주 다산신도시 지금지구 6개 필지 등도 추가 매각 예정이어서 경영 실적은 한층 개선될 전망입니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도 서울 시내 마지막 택지지구인 마곡지구 토지 매각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마곡지구 개발 과정에서 토지 매각 금액은 6조1000억원에 달합니다. 공공 아파트 등 분양을 통한 회수액(2조2000억원)까지 합치면 총 이익은 9조4000억원에 달합니다.

100조원에 이르는 부채 때문에 ‘부채공룡’으로 불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분양시장 회복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중입니다. LH는 지난 9월 말까지 올해 판매 목표보다 1조원 많은 12조7000억원에 이르는 토지를 매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파트 용지 매각대금이 전체의 절반을 웃도는 7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덕분에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신용평가등급 전망도 기존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재주는 ‘건설사와 시행사’가 부려도 돈은 ‘공기업’이 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9.2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