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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와 저커버그가 똑같은 옷 입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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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락 IT과학부 기자) 검은색 터틀넥 티셔츠, 리바이스 501 청바지, 뉴발란스 99X 운동화, 루노 무테 안경….

떠오른 사람이 있으신가요. 네. 이제는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매일 똑같이 입고, 신고, 썼던 것들입니다. 잡스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 신제품 발표회 때마다 늘 같은 모습이었죠. 이른 바 ‘잡스룩’, 그의 트레이드마크였습니다.

그는 이 같은 패션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냥 편해서”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제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본인은 튀지 않는 옷을 입는 고도의 전략”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죠. 진실은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잡스와 닮은 IT 업계 거물이 또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입니다. 그는 ‘회색 티셔츠 룩’을 고집합니다. 저커버그가 그 이유를 최근 설명했습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과의 공개 질의응답 자리에서였는데요. 한 페이스북 유저가 “어째서 매일 똑같은 티셔츠를 입느냐?”고 물었기 때문이죠.

질문을 받은 저커버그는 매우 진지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최상의 서비스를 위해서”라는 것이었는데요. 저커버그는 “어떻게 하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까를 제외한 다른 고민은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내 생활을 단순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 아침식사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 같은 사소한 결정도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는 심리학적 설명이 매우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불필요한 일로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겠다는 뜻이죠.

이날 질의응답 행사에 동석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저커버그가 똑같은 티셔츠를 여러 벌 갖고 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해 안심시켰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세탁도 안 하고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건 아니라는 말이죠. 사실 잡스도 터틀넥 티셔츠만 수백 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남성 패션잡지 GQ는 2011년에 워스트(최악의) 드레서 1~3위로 저커버그, 잡스, 그리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순서대로 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이들의 패션이 유행하기도 합니다. 잡스가 신은 뉴발란스 운동화는 세계 최고의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죠. 인기가 시들어질 즈음 잡스가 이 운동화를 신고 나타나면 다시 매출이 상승하는 현상도 반복됐다고 하네요.

어쨌든 잡스와 저커버그가 똑같은 옷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함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단순’은 불필요한 것을 빼낼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감성을 이끌어내는 생활방식이라는 것이죠. IT 분야에서 위대한 인물이 되려면 아무래도 패션은 포기해야 하나 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9.21(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