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뉴욕 부동산업자, 빌딩 값 올리려고 삼성 이름 팔았다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이심기 뉴욕 특파원) “삼성전자가 5000~7000명이 근무할 수 있는 100만 평방피트(9만3000㎡) 규모의 빌딩을 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자 뉴욕 섹션의 톱 기사로 “삼성전자가 맨해튼에 새 사옥을 물색중(hunt)”이라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사에 언급된 건물의 규모가 거의 랜드마크급이라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맨해튼 서쪽에 신축 중인 허드슨 야드와 월드트레이드센터 빌딩 등이 기사에 언급됐는데 이 건물들은 허드슨강 건너편의 뉴저지에서 맨해튼을 바라볼 때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장식하는 초고층 빌딩들입니다. WSJ는 “미국 시장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영업을 확대해야 할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맨해튼에 사옥을 구하는 이유까지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의 반응은 한 마디로 “건물주와 부동산 브로커의 플레이에 당했다”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북미총괄 산하에 있는 텍사스 댈러스의 통신법인을 뉴욕으로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약 1000명 가까운 직원들이 새로 옮겨오면서 추가로 사무실 공간을 확보할 필요성이 생겼고, 이를 위해 맨해튼 웨스트 지역의 신축 빌딩을 말 그대로 ‘답사’하는 과정에서 말이 새나간 것입니다.

삼성은 지난 7월 맨해튼 남서부 지역의 미트패킹 지구 5만5000 평방피트 건물을 10년간 임대하기로 계약을 맺고 마케팅센터를 입주시켰습니다. 새로운 사무실 공간을 구하는 것은 맞지만 WSJ 기사에서처럼 가격만 한국 돈으로 조(兆) 단위가 넘는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살 계획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삼성전자에서는 건물주가 다른 인수자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삼성이 답사하고 간 사실을 흘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신의 건물에 삼성전자라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도 관심을 갖고 있으니, 인수를 하거나 장기임대 계약을 하려면 서둘러야 한다”고 압박하기 위해 삼성을 활용했다는 겁니다.

삼성은 WSJ에서 사실 확인 요청이 왔을 때도 “맨해튼에 오피스 빌딩을 매입하거나 새 사옥을 찾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WSJ는 “현장답사를 한 사실까지 부인할 필요는 없다”면서 일방적으로 기사를 내보냈다고 합니다.

삼성으로서는 부동산 시장의 주목을 받기위해 삼성 브랜드를 활용한 건물주의 노이즈마케팅에 당했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이라는 이름값이 업종을 불문하고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삼성전자는 WSJ의 보도가 나간 뒤 중개브로커에 삼성을 팔고 다니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다고 합니다. / sgle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