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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인들 모여 "고반발 '단무지배트'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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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지식사회부 기자) "안전한 사회인야구를 위해 배트 규제가 필요합니다."

지난 30일 저녁 8시께.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부터 대학야구 감독까지 다양한 야구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회인야구 발전을 위해 적정한 배트의 규제를 논의하는 ‘제1회 배트 콘퍼런스’에 참석한 것.

이날 콘퍼런스의 주된 화제는 ‘단무지 배트 규제’였다. 지난 29일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한 ‘단무지 배트’는 사회인 야구에서 사용되면서 크고 작은 사고를 유발한 반발력 큰 배트다. 배트의 색이 노란색이라 타자가 들었을 때 ‘단무지 처럼 보인다’ 해서 "단무지 배트"로 불린다.

보도 이후 사회인야구인들 사이에서는 ‘단무지 배트’에 대해 규제 여부가 큰 논란이 됐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야구인들은 대부분 “배트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배트를 판매하는 야구용품 업계도 이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야구배트 제조업체인 윌슨드마리니 김태현 부장은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은 배트 규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서는 규제 속에서도 성능 좋은 배트를 만들어 오히려 성장한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최규정 한국체육과학연구원 박사도 “과거 90년대 초 압축 배트를 사용한 한 프로야구팀이 5경기 중 49개의 홈런을 치면서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며 “페어플레이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규제는 야구용품산업이 추구해야 할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이정훈 삼성전자 책임연구원도 미국의 배트 규제와 실제 기록을 비교한 그래프를 통해 배트의 성능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줬다.

미국은 배트의 무게만을 제한해오다 1999년부터는 배트의 길이와 무게의 차이로 규제를 하는 BESR(Ball Exit Speed Ratio) 제도를 도입했다. BESR은 배트의 길이(인치)에서 무게(온스)를 뺀 값이 3이하인 배트만 허용하는 제도다. 차이가 클수록 회전력이 높아져 반발력이 강해지는 효과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탄소섬유의 탄성을 이용한 콤포지트(Composit)배트가 등장하면서 BESR 규제가 무용지물이 되자 2009년에는 단무지 배트와 같은 콤포지트(Composit) 배트를 아예 사용할수 없도록 했다. 이어 2011년부터는 다시 콤포지트 배트를 허용했지만 반발력은 나무 배트 수준인 것들만 허용하고 있다.

실제 콤포지트 배트를 규제한 이후 미국 아마추어 야구에서 홈런수와 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트 규제에 앞서 사회인야구의 전반적인 관리 체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트를 규제한다 해도 사설 사회인야구 리그에서 강제할 방법이 없어서다.

한 야구배트업체 대표는 “협회 등에서 사회인야구 전반에 대한 확실한 규제를 만들기 전에는 업체들은 반발성이 극대화되는 배트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며 “언젠가는 안전을 위해 배트 규제가 정착되겠지만 모든 구성원이 따를 수 있는 리그 제도와 룰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야구협회(KBA), 한국체육과학연구원(KISS),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조만간 두번째 콘퍼런스을 열어 구체적인 배트 규제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