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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휴대폰 시장 살린 LG유플러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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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리 IT과학부 기자)“단통법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스마트폰 유통시장 경쟁에 불을 당긴 주인공은 애플이 아니라 LG유플러스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한 달째인 31일 전자·통신업계에서 나온 분석입니다.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스마트폰 유통시장은 최악의 혹한기를 맞았습니다. 똑같은 스마트폰을 ‘누구는 싸게, 누구는 비싸게’ 구입하는 이용자 차별을 막겠다며 시행한 단통법이 ‘누구나 비싸게’ 사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얼어붙은 시장에 불씨를 놓은 것은 대화면으로 새롭게 무장한 애플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지난 24일 시작한 예약판매는 물론 31일 정식판매에서도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제품을 먼저 받겠다며 밤새 줄을 선 애플 팬들은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습니다.

예약판매 반응이 심상치 않자 삼성전자 등 제조사와 SK텔레콤은 통신 3사는 지난 주 스마트폰을 살 때 주는 지원금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원금이 높아지자 시장은 서서히 기지개를 켰습니다. ‘애플이 2009년 국내 첫 상륙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다시 한번 한국 스마트폰 시장을 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마비 상태였던 단통법 통신시장을 움직인 진정한 촉매 역할을 한 주인공은 애플이 아닙니다. 국내 3위 통신업체 LG유플러스입니다.

LG유플러스는 아이폰6 예약판매 개시 전날인 지난 23일 아이폰6(16기가바이트 기준)를 출고가 70만원대에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애플코리아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통신사 잠금해제(언록) 제품 가격인 85만원에 비해 싼 가격입니다. 중고폰 선보상제 ‘O(제로) 클럽’도 도입했습니다. 신형 휴대폰을 살 때 18개월 뒤 중고폰을 반납하기로 하고 중고폰 가격 만큼 미리 할인받는 서비스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아이폰6를 ‘공짜'에도 살 수 있습니다.

예컨대 기존 아이폰5S 이용자가 LG유플러스에서 아이폰6(16GB, 월 8만9900원 요금제 기준)를 살 때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지원금 18만5000원과 중고폰 보상금 37만원(아이폰5S 기준), 아이폰6 선보상금 34만원을 합쳐 총 89만5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할인금액이 출고가를 넘어섭니다. LG유플러스는 남는 금액을 매월 요금에서 깎아주기로 했습니다.

LG유플러스의 ‘선전포고’로 국내 아이폰6(16기가바이트) 출고가는 70만원대가 돼 버렸습니다. 통신 3사는 31일 아이폰6 출고가를 16GB(기가바이트) 제품은 78만9800원, 64GB는 92만4000원, 128GB는 105만6000원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SK텔레콤과 KT는 아이폰6(16GB) 출고가를 80만원대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G유플러스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70만원대로 내렸다는 후문입니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가 내놓은 중고가 선보상제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LG유플러스가 낮춘 아이폰6 구입가격은 아이폰6와 정면으로 맞붙는 삼성전자 신제품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 엣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아이폰6가 잘 팔리면 삼성전자도 지원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란 얘깁니다.

LG유플러스가 이 처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국내 아이폰 도입 5년만에 처음으로 판매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5년간 LG유플러스는 통신 기술이 달라 애플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속앓이만 해야 했습니다.

단통법이 통신 3사 점유율 구도(5:3:2)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단통법 시행 전엔 보조금 등으로 손쉽게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이후엔 이런 마케팅 수단을 쓸 수 없게 됐습니다. LG유플러스가 이 구도를 깨고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창의적인 공격’에 나선 겁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