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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성장률, 알고 보니 이슬람국가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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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기 뉴욕 특파원) “악마(devil)가 숨어 있다.”

경제 전문 뉴스 채널인 CNBC가 미국의 3분기 GDP 증가율을 분석하면서 단 제목입니다. 여기서 악마는 누굴까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퇴치작전에 나서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입니다.

전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3.5%(연률 기준)입니다. 전분기 4.6%에는 못미치지만 시장 예상치 3.0%를 훨씬 뛰어넘는 깜짝 성장률입니다. 이 숫자를 받아든 순간 “미국의 경기회복이 제대로 탄력을 받았구나”라고 단정하기 쉽지만 구체적인 항목을 뜯어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우선 GDP 증가율에서 민간, 특히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2분기 GDP증가율에서 내수 기여도는 1.8%에 달했습니다. 이 숫자가 1.2%로 확 줄었습니다.

내수기여 감소분을 메꾼 것은 정부 부문, 그중에서도 군사비 지출입니다. 정부 부문의 GDP 증가 기여도가 2분기 0.3%에서 0.8%로 급증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0.7%가 군비 지출 증가에 의한 것입니다.

AFP통신은 펜타곤(미국 국방부)자료를 인용, 3분기 국방비 지출이 300억 달러로 전분기 대비 16%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전쟁에 개입한 최근 5년래 최고 증가율입니다. 또 다른 외신들도 미국이 아프칸 철군을 결정한 상황에서 군비 지출이 급증한 것은 의외라며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대규모 공습이 결정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 장관도 최근 ‘내재적 결의’로 명명된 IS 격퇴를 위한 공습작전에 하루 평균 1000만 달러가 소요된다고 밝혔습니다. 수천 대의 유·무인 정찰기와 공중급유기 등이 폭격에 앞선 감시와 정찰비행을 실시하고, 정밀유도 미사일을 장착한 전술 폭격기들이 타깃을 쓸어버리는 물량작전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이유입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미 IS 격퇴를 위한 군비로 1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됐으며 연말까지 수십억 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1회성 항목인 군비지출로 3분기 성장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점을 들어 경기의 지속적인 회복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견조한 민간소비와 투자 확대가 수반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입니다.

일부 외신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오바마 정부가 의도적으로 군비지출을 늘렸다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막대한 군비지출이 없었다면 3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4.6%에서 큰 폭의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전날 미국의 견조한 경기회복을 이유로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한 미국 중앙은행(Fed)는 하루 뒤에 나올 3분기 GDP 성장률을 알았을까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