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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ABBA)가 "현금 없는 스웨덴" 외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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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국제부 기자)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스웨덴의 4인조 팝그룹 아바(ABBA). 전 세계에서 4억장의 앨범을 팔아치운 아바는 자신들의 노래를 테마로 한 뮤지컬과 영화 ‘맘마미아’로도 유명합니다. 아마 아바의 노래 한두곡 쯤은 다들 들어 보셨을 겁니다.

아바의 인기곡 중에는 돈에 대해 노래한 “머니 머니 머니’도 있습니다. “돈, 돈, 돈, 부자들의 세계에선 재미있는 것, 언제나 햇살같은 것(Money, money, money/Must be funny(always sunny)/in the rich man’s world)”이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이죠.

돈에 관한 노래를 열창하던 아바는 요즘 돈에 관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스웨덴을 현금 없는 나라로 만들자”는 뜻의 ‘100% 캐시프리’ 캠페인 인데요. 아바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비요른 울바에우스(69)는 “돈이라는 게 애초 추상적인 개념인데 꼭 물질로 존재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네 명의 멤버는 각자 칼럼, 인터뷰, 거리 캠페인 등을 통해 “현금을 쓰지 말자”고 외치고 다닙니다. 울바에우스가 ‘현금 없는 스웨덴’을 외치고 다니게 된 계기는 세 차례나 집에 도둑이 들었던 기억 때문입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섬뜩한 기분이 생생하다고 합니다. 아바는 지난해 문을 연 ‘아바 박물관’에서도 ‘현금 사절’을 내걸었습니다. 이곳을 다녀간 50만명은 입장료를 모두 카드로 내야 했지요.

스웨덴에서 ‘현금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외침은 아주 터무니 없는 주장이 아닙니다.

스웨덴은 1661년 첫 지폐를 발행한 유럽 국가였지만 현재 현금이 잘 통용되지 않는 경제시스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버스도 현금을 받지 않고 선불카드나 모바일로만 결제할 수 있고요. 교회나 성당에서는 헌금도 카드로 받고 있습니다. 노숙자의 자립을 돕기 위한 잡지 ‘빅 이슈’ 판매원들도 길거리에서 카드 결제 기기를 들고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스웨덴 경제에서 지폐와 동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합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9%와 미국의 7%를 크게 밑돌고 있죠. 2030년이면 스웨덴이 ‘현금 없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금이 사라지면서 스웨덴에서 강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스웨덴 은행강도는 2008년 110건, 2011년 16건으로 줄어 통계를 시작한 1981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엔 스톡홀름의 한 은행에 강도가 들었지만 은행이 보유한 현금이 없어 강도가 허탕을 친 적도 있었습니다.

현금 감소에 따라 전자거래가 늘면서 스웨덴은 이탈리아와 그리스처럼 현금거래가 많은 유럽국가에 비해 뇌물로 인한 부패 문제도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 통계를 보고 놀란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전 총리는 2년 전 경제개혁안에 현금거래 상한선을 2500유로 1000유로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포함시키기도 했었죠.

스웨덴이 현금 없는 사회에 진입하면 화폐(크로네)를 찍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을 아낄 수 있다고 합니다. 국내총생산(GDP)의 0.3%(12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산이 나옵니다.

현금을 대신할 결제시스템이 필요해지면서 금융 관련 스타트업도 급증했습니다. 20만명의 가입자가 ‘팅크’라는 가상 계좌이체 시스템에 가입해 있고, 주요은행들의 컨소시엄으로 탄생한 계좌 간 직거래 시스템인 ‘스위시’는 출범 2년새 170만명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결제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아이제틀’은 스웨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00% 카드 결제 전환’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카드 사용 증가로 인해 사이버 범죄도 늘어난다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스웨덴의 범죄예방위원회에 다르면 소득은폐를 포함한 사이버 사기 범죄는 2000년 3304건에서 2011년 2만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현금 쓸 권리를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등장했습니다. 신용불량자 등 카드 발급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의 기본권이 박탈 당할 수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4(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