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의 인기곡 중에는 돈에 대해 노래한 “머니 머니 머니’도 있습니다. “돈, 돈, 돈, 부자들의 세계에선 재미있는 것, 언제나 햇살같은 것(Money, money, money/Must be funny(always sunny)/in the rich man’s world)”이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이죠.
돈에 관한 노래를 열창하던 아바는 요즘 돈에 관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스웨덴을 현금 없는 나라로 만들자”는 뜻의 ‘100% 캐시프리’ 캠페인 인데요. 아바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비요른 울바에우스(69)는 “돈이라는 게 애초 추상적인 개념인데 꼭 물질로 존재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네 명의 멤버는 각자 칼럼, 인터뷰, 거리 캠페인 등을 통해 “현금을 쓰지 말자”고 외치고 다닙니다. 울바에우스가 ‘현금 없는 스웨덴’을 외치고 다니게 된 계기는 세 차례나 집에 도둑이 들었던 기억 때문입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섬뜩한 기분이 생생하다고 합니다. 아바는 지난해 문을 연 ‘아바 박물관’에서도 ‘현금 사절’을 내걸었습니다. 이곳을 다녀간 50만명은 입장료를 모두 카드로 내야 했지요.
스웨덴에서 ‘현금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외침은 아주 터무니 없는 주장이 아닙니다.
스웨덴은 1661년 첫 지폐를 발행한 유럽 국가였지만 현재 현금이 잘 통용되지 않는 경제시스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버스도 현금을 받지 않고 선불카드나 모바일로만 결제할 수 있고요. 교회나 성당에서는 헌금도 카드로 받고 있습니다. 노숙자의 자립을 돕기 위한 잡지 ‘빅 이슈’ 판매원들도 길거리에서 카드 결제 기기를 들고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스웨덴 경제에서 지폐와 동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합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9%와 미국의 7%를 크게 밑돌고 있죠. 2030년이면 스웨덴이 ‘현금 없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금이 사라지면서 스웨덴에서 강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스웨덴 은행강도는 2008년 110건, 2011년 16건으로 줄어 통계를 시작한 1981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엔 스톡홀름의 한 은행에 강도가 들었지만 은행이 보유한 현금이 없어 강도가 허탕을 친 적도 있었습니다.
현금 감소에 따라 전자거래가 늘면서 스웨덴은 이탈리아와 그리스처럼 현금거래가 많은 유럽국가에 비해 뇌물로 인한 부패 문제도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 통계를 보고 놀란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전 총리는 2년 전 경제개혁안에 현금거래 상한선을 2500유로 1000유로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포함시키기도 했었죠.
스웨덴이 현금 없는 사회에 진입하면 화폐(크로네)를 찍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을 아낄 수 있다고 합니다. 국내총생산(GDP)의 0.3%(12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산이 나옵니다.
현금을 대신할 결제시스템이 필요해지면서 금융 관련 스타트업도 급증했습니다. 20만명의 가입자가 ‘팅크’라는 가상 계좌이체 시스템에 가입해 있고, 주요은행들의 컨소시엄으로 탄생한 계좌 간 직거래 시스템인 ‘스위시’는 출범 2년새 170만명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결제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아이제틀’은 스웨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00% 카드 결제 전환’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카드 사용 증가로 인해 사이버 범죄도 늘어난다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스웨덴의 범죄예방위원회에 다르면 소득은폐를 포함한 사이버 사기 범죄는 2000년 3304건에서 2011년 2만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현금 쓸 권리를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등장했습니다. 신용불량자 등 카드 발급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의 기본권이 박탈 당할 수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