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라이프스타일

때아닌 '반기문 테마주'…연줄 사회의 슬픈 단면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윤정현 증권부 기자) 증권 시장에 때아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테마주 바람이 거셉니다. 29일 친박(親朴) 의원들이 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 거론 세미나가 촉발한 '사태'입니다.

세미나를 주최한 모임이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었다는 사실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반기문 테마주'라며 급등하는 종목들의 면면입니다. 이번 종목들이 뛴 이유에서 여전히 '연줄'에 급급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혈연으로 볼까요? 30일 상한가를 친 보성파워텍입니다. 보성파워텍은 지난 27일부터 4거래일 연속 가격제한선까지 올랐습니다. 이달 중순만 해도 1300원 수준이던 주가가 순식간에 2배로 뛰었습니다.

보성파워텍이 급등한 이유는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씨가 지난해 11월 보성파워텍 부회장으로 취임했다는 사실이 최근에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이 알려진 이후부토 보성파워텍은 급등을 거듭했습니다. 갑자기 급상승한 주가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보성파워텍에 최근 주가급등과 관련한 조회공시까지 요구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학연은 어떨까요? 삼보판지는 류종욱 회장이 반 총장과 서울대 선후배 관계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홍성규 회장의 휘닉스소재도 홍 회장이 반 총장과 서울대 외교학과 동문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의 중심에 섰습니다. 심지어 에너지솔루션은 대표이사가 반 총장의 사촌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반기문 수혜주로 거론됐습니다.

그 다음은 지연입니다. 소화방재사업, 통신장비사업을 하는 한창은 이달 중순만 해도 주가가 500원이었는데 30일 종가는 1250원입니다. 한창의 대표가 현재 유엔 환경기구 상임위원으로 재임 중이라 합니다. 세이브존I&C는 반 총장의 책을 쓴 저자이자 고향 후배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고, DRB동일은 반 총장의 멘토로 꼽히는 한승수 전 총리의 사위인 김세연 의원이 최대주주여서 테마주에 꼽힙니다.

지연은 사람만 대상이 아닙니다. 본사 위치가 지연으로 엮이기도 합니다. 종합유선방송업을 하는 씨씨에스가 그렇습니다. 씨씨에스가 테마주에 드는 것은 반 총장의 고향인 음성과 충주를 주무대로 사업을 벌이고 있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마주 편승을 경계하라고 조언합니다. 억지로 끼워 맞춘 테마주 편입에 연연하기보다는 회사의 실적과 업황을 기반으로 추세를 살펴야 한다는 겁니다.

위 테마주로 언급된 종목들 중에서도 지난해 연간 실적이 적자거나 올 들어서도 분기별로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는 곳들도 있습니다. 특히 정치 테마주의 경우 변동성이 크고 개인의 경우 폭등한 후 뒤늦게 뛰어들어 손해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복잡한 연줄을 따져 들어가는데 정성을 쏟을 시간에 해당 종목의 사업보고서를 한번 더 들여다 보는 것이 더 투자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길 아닐까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