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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당' 의원 무소속 유승우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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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진 정치부 기자)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을 흔히 ‘1인 헌법기관’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막강한 힘을 갖는 국회의원도 ‘나홀로' 의정활동을 하기엔 한계가 따릅니다. 교섭단체(의석 20명)를 구성할 수 없는 소수당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배제되기도 합니다.

하물며 출당조치된 무소속의원은 ‘끈 떨어진 연’신세나 다름없습니다.

무소속인 유승우 의원(경기 이천)의 눈물겨운 복당(復黨)노력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유 의원은 부인의 6·4 지방선거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6월 새누리당에서 제명됐습니다.

유 의원 입장에선 선거 역풍을 의식해 자신을 재빨리 출당조치한 당에 대한 섭섭함도 분명 남아있었을 텐데요. 그럼에도 그는 여당 의원들에게 ‘눈도장’을 찍거나 여당 정책에 힘을 보태면서 스스로 당내 복당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개혁과제인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도 슬쩍 이름을 올리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는데요. 개정안은 당론발의 형식으로 새누리당 소속 158명이 공동발의했는데, 무소속인 유 의원도 명단에 포함된 것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날 새누리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는 사고 당원협의회(당협) 조직위원장 공모 대상지역에서 유 의원 지역구인 경기 이천을 포함했다가 몇분만에 정정자료를 내고 이 지역을 제외했습니다. 당 관계자는 “누가 봐도 개정안 당론 발의에 힘을 보탠 유 의원에 대해 보은성 조치를 했다가 부랴부랴 철회했다고 믿을 만한 정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조강특위는 이에 대해 “유 의원의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관계로 이번 공모지역에서 이천을 포함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두 일에 대한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는 식으로 설명했습니다.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당시 유 의원이 탈당할 때 의총 자료를 보니 재판이 끝나고 무죄로 입증되면 재입당하는 걸로 내려진 조건부 탈당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파악됐다”며 “재판이 진행 중이라 사고당협으로 처리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복당을 위한 유 의원의 적극적인 행보는 지난달 말부터 본격화됐습니다. 먼저 새누리당 4선 중진이자 차기 원내대표 주자로 꼽히는 정병국 의원(경기 여주·양평·가평)과 지난달 28일 손을 맞잡았습니다. 각자 지역구인 성남~이천~여주 간 복선전철사업비 3833억원 등 총 5000억원대 이천시 현안사업비를 정부 예산에 반영하는 등 정책공조를 강화키로 한 겁니다.

두 의원 모두 지역구가 서로 붙어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필연적인 공조라고 설명합니다.

당시 정 의원은 “이천과 여주는 오랜 역사 속에서 함께한 이웃이고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는 운명의 관계에 있다”고 했습니다. 유 의원도 “성남~이천~여주간 복선전철은 경기 동부권 주민의 최대 숙원사업으로 반드시 국회예산심의과정에서 추가증액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는 등 지역 사업을 위한 협력임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유 의원은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부산 사하갑)의 공조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문 의원과 구제역 매몰지 오염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진땀을 뺐기 때문입니다.

논문 표절로 제명됐다가 가까스로 올해 2월 복당한 문 의원이 복당 이후 당 지도부는 물론 같은 여당 의원들과도 거리를 두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이쯤되면 누가 무소속 의원이고 새누리당 의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인데요.

유 의원이 당과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초선인 유 의원 입장에선 당과 멀어지면 공천 문제 등 재선에 빨간불이 켜질 거란 불안감이 컸을 겁니다. 실제로 이천은 1990년 이후 15, 16대를 제외하곤 모두 현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에서 승리한 지역입니다.

유 의원 역시 18대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뛰어들었지만 5위로 낙선한 바 있습니다. 이천시장까지 하며 지역에서 이름을 날렸던 유 의원도 한차례 패배로 이 지역 총선에서 이름값보다 정당 공천의 힘이 얼마나 컸는지 절실히 느꼈을 겁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