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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전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 옹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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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연 정치부 기자)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김진표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지난 25일 몇몇 기자들과 수원영통에서 만났습니다.

지난 6.4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했던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국정자문회의 의장 ‘타이틀’을 달고 여의도로 돌아왔습니다. ‘직업장관’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김 의장은 IMF경제위기와 증세논쟁,공무원연금문제 등 경제현안을 꿰뚫는 혜안을 뽐냈습니다.

그 중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정책인 ‘초이노믹스’에 대한 그의 옹호발언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초이노믹스’가 2016년 총선만을 겨냥한 ‘부채주도형 경제정책’이라고 혹평하는 야당 지도부와 확연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중순께 최 부총리가 역대 경제부총리를 초청한 자리에서 김 의장은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전직 경제부총리 중 자신이 현직 부총리라면, 최 부총리가 택한 경기부양정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행사 호스트였던 최 부총리를 추켜세울 목적에서가 아니라 그는 기자들에게도 “(지금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초이노믹스'를 지지하는 이유는 우리 경제가 7년째 ‘장기저성장’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김 의장은 “일본의 1990년부터 2003년까지 13년간의 성장률 그래프와 한국의 2000년부터 2013년까지의 성장률 그래프를 겹쳐봤더니 완전히 똑같다”며 “가만히 놔두면 일본과 같이 20년 저성장의 늪으로 빠진다는 것이다. 위기다. 여기서 탈출해서 치고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3~4년 더 이렇게 가면 또 다른 외환위기가 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고, (최 부총리의 선택이 ) 어쩔 수 없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경제의 구조조정’도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재벌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너무 지나치게 관료화되어있고, 그 과정에서 불합리한 의사결정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예를 들어 납품업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값싸고 품질 좋은 업체를 선정하는 게 아니라 돈을 많이 가져다주는 곳을 중심으로 반시장적 의사결정 과정을 따르다 보니 경쟁과 효율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의장이 최 부총리에게 “‘펌프프라이밍(경기부양정책)’도 중요하지만, 물이 치솟아 올라올 수 있도록 딱딱한 시멘트를 퍼내는 ‘경제 구조조정’도 중요하다”고 전했고, 최 부총리가 그자리에서 “공감한다”고 답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장은 “지금 경기부양정책을 펼치는 것을 두고 나쁘다고 보면 안 된다”며 “내수가 죽었고 자신감 죽은 상황에서 앞서 언급한 ‘경제적 구조조정’만 병행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의장은 최 부총리와 개인적 인연도 털어놨습니다. 둘은 각각 행정고시 13기와 22기 경제관료 출신으로,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함께 유학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계에 입문한후 3선을 거쳐 원내대표를 지낸 것도 같습니다.

김 의장은 위스콘신대에서 총 2년의 석사기간 중 1년을 최 부총리와 같은 시기 유학생활을 했습니다. 김 의장은 공공정책학 석사를, 최 부총리는 85년부터 91년까지 경제학 석‧박사를 마쳤습니다. 김 의장은 “보통 공무원들은 2년 석사만 하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최 부총리의 경우 그길로 박사까지 해버렸다”며 “우연히 최 부총리가 신청해서 받은 아파트가 우리 앞집이었다. 내 딸과 그 집 딸 나이가 비슷해 가족끼리 가깝게 지냈다”고 회상했습니다.

김 의장은 최 부총리를 ‘야성(野性)의 공무원’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 김인호 당시 경제수석과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김 대통령에게 외환위기 실상을 축소 보고해 환란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기소를 당했습니다. 당시 최 부총리가 김 경제수석밑에서 비서관으로 일할 때입니다. 최 부총리는 “김 경제수석은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일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에게 정책적 책임을 물어 기소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표를 던졌습니다.

김 의장은 “공무원 출신들은 보통 현실에 순응하지 (최 부총리처럼) 반항하고 대들고 사표까지 내지 않는다”며 “최경환이 공무원답지 않게 '야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런 점에서 최경환을 좋게 봤다”고 했습니다.(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