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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개혁 위한 법률 제/개정 본격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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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 중국전문기자) 23일 베이징에서 폐막한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는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따른 통치)의 전면 시행을 결정하면서 ”모든 중대 개혁은 법적인 근거를 둬야 한다”는 과거 시진핑 국가주석의 발언을 공보에 담았습니다. 공보는 또 개혁과 경제발전 수요에 주도적으로 대응해 입법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법적 기반이 미비해 지지부진해온 경제개혁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장 리린(李林)도 “법치궤도에서 전면적인 개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법치를 통한 경제개혁은 중국 진출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업환경 형성을 의미합니다. 법치란 날개를 달고 개혁에 속도를 낼 경제 관계 법규를 살펴봐야 할 이유입니다. 공유토지,국유기업,정부의 시장개입 등 3대 부문에 대한 개혁을 위한 법률 제/개정이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이들 3개 부문이 중국식 부패의 원류”(장첸판 베이징대 법학 교수)라는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농촌 집체토지 개혁은 지방정부가 토지재정 수입 확대를 위해 부추긴 부동산 난개발을 막고 농민의 소득을 늘리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입니다. 집체토지는 해당 지역 농민들이 사용권을 공동 소유했지만 처분은 지방정부가 주도합니다. 올해 지방정부가 거둘 토지재정수입은 작년에 이어 4조위안을 넘을 것으로 텅쉰재경은 전망했습니다. 토지사용권을 비싸게 팔아야 재정수입이 늘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부추깁니다. 1994년 재정개혁으로 지방정부의 세수가 줄게 되자 토지수익권을 지방정부에 넘겨주면서 생긴 부작용입니다.

시진핑 정부가 추진해온 토지개혁의 핵심은 농민에 토지사용권 양도를 허용하고 토지사용권을 담보로 대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지방정부가 농촌의 토지처분을 통해 챙기는 막대한 재정수입이 줄어들 공산이 큽니다. 중국 정부는 지방의 재정수입 감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소비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소비세법 개정도 추진입니다.

토지개혁은 이미 후난성 등 19개 성의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물권법 토지관리법 담보법 등 3개 법률의 금지사항에 걸려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존 법 적용을 3년 간 배제한 상하이자유무역구 정도가 토지개혁에서 자유롭습니다. 나머지 지역은 시범사업을 확대하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법을 어기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민은행은 당초 농민에 토지수익권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법률 해석조항을 사법부에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사법당국은 해석조항으로 할 만한 작은 사항이 아니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인민은행이 최근 관계부처와 법률 수정을 검토하고 나섰다는 중국 언론 보도는 이 같은 고민을 배경으로 합니다. 토지개혁엔 지방정부가 발전을 명분으로 주민에게 돌아갈 몫을 챙겨온 부패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목적이 있습니다. 중국 농촌에선 지방정부가 집체토지 사용권 매각 수익을 상당부분 빼돌려 농민이 집단시위를 벌이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지방정부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지난 9월 확정한 예산법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20년만에 첫 손질한 예산법 개정안의 핵심은 지방정부 부채를 중앙정부에서 보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국 언론은 리스크가 크면서도 정부의 암묵적인 보증으로 무위험수익률을 인정받은 지방부채 때문에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평균 무위험수익률이 높아져 융자비용도 덩달아 높아지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산법 개정이 사실상 경기부양 효과를 낸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옵니다.

국유기업 개혁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중입니다. 우선 기득권층의 주머니가 됐다는 의혹을 받아온 국유기업의 이익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재정에 납부토록 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18기3중전회에서 2020년까지 국유기업이 연간 세후이익의 30%를 재정에 납부하기로 결정했지만 국유기업의 저항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최근 전했습니다.

지난 5월 중국 재정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이 비율이 25%에 이른 국유기업은 중국담배총공사 뿐입니다. 때문에 이를 법제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와 함께 국유기업의 지배구조를 혼합소유제(민영과 외자가 참여하는)로 바꾸는 개혁도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정부의 ‘보이는 손’을 법치란 틀에 가두는 대표적인 법률개혁은 내년 중 이뤄질 증권법 개정입니다. 신규 기업공개(IPO)를 인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유명무실한 상장사 퇴출제를 강화하는 게 핵심입니다. 증시의 진입과 퇴출 과정에서 ‘정부의 손’이 개입하는 걸 차단하는 것으로 시장의 투자자들이 매일 던지는 투표(매매)로 퇴출을 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최근 증권당국이 중대한 사기성 주식발행과 공시 위반을 강제퇴출 대상으로 규정하고 이를 증권법에 반영하기로 한 게 대표적입니다.

이날 발표된 18기4중전회 공보는 특히 입법 절차에서 여러 경제주체 참여 방식을 확대한다고 했습니다.중국 진출 외국계기업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길 희망해 봅니다. 어쨋든 18기4중전회의 법치주의 전면 시행 결정으로 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하고 경제 체질을 전환하려는 시진핑식 개혁이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도 중국의 유관 법률 제개정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야할 듯 싶습니다. /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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