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길냥이를 부탁해" vs. "길냥이를 죽여줘"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서울시가 준비 중인 ‘길고양이 서식 지도’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2일 다음 주부터 포털 사이트 다음에 길고양이 지도 ‘길냥이를 부탁해’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동물 관련 시민단체, 길고양이 중성화(TNR)사업 자원봉사자, 캣맘(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사람)과 협력해 시내 길고양이 서식지 등 관련 정보를 지도에 입력하게 하고 모인 정보를 토대로 길고양이를 관리할 계획입니다.

한마디로 길고양이가 어느 곳에 사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서울에는 25만여 마리의 길고양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정책을 발표한 직후인 23일 다음 게시판인 아고라엔 ‘길냥이를 죽여줘’ 지도 만들기를 중단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길고양이들의 위치가 드러날 경우 포획업자들의 타깃이 된다는 것입니다. 네티즌들은 서울시의 길고양이 서식 지도가 오히려 길고양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고양이가 관절염에 좋다는 미신 탓에 고양이를 식용으로 판매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일부 동물 혐오론자들은 이유없이 길고양이들을 장난삼아 죽이는 경우도 있죠. 청원글이 올라온 이후 이날 오후 기준으로 3000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서명했습니다.

서울시도 이런 상황에 대해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박범 서울시 동물보호과장은 “시민들이 충분히 그런 우려를 제시할 수 있다”며 “지도 오픈 시기를 예정보다 늦출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네티즌들의 반발로 서울시의 정책이 유보된 것입니다.

길고양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서울시의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지적대로 자칫 길고양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대책을 좀더 심도있게 고민해봐야 할 듯 싶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