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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고민'에 빠진 동남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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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다국적 기업들의 본사가 모여있는 싱가포르. 동남아시아 경제의 중심지지요. 이런 싱가포르에서 ‘비만 억제’이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내년 초부터 염분과 당분이 많은 식품 광고를 규제하기로 했습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섭취 열량을 낮추기 위한 움직임도 퍼지고 있습니다. 소득이 늘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과정에서 패스트푸드를 포함한 고칼로리 가공식품의 소비가 증가한 것이 배경입니다.

비만은 선진국 병으로도 불리죠. 이제는 신흥국에서도 사회적인 문제가 됐습니다. 이같은 모습은 외식 체인 업체와 식품 업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일정 거리 이내에는 건강에 해로운 음식에 대한 광고 배치를 금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만 억제를 위한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3월에는 체중 줄이기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18~64세 중 이미 비만이거나 비만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10월까지 3kg 감량에 성공하면 자동차와 여행상품을 탈 수 있는 경품 행사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죠.

싱가포르 보건부에 따르면 18~69세 인구 중 비만으로 분류되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사람 비율이 10.8%에 이르고 있습니다. ‘비만 대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30% 안팎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일본의 4% 안팎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요.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서양의 외식 체인 업체나 식품 업체를 받아들였습니다. 상대적으로 빨리 패스트푸드와 냉동식품을 접했던 것이죠. 맞벌이 가구가 주류라 외식이 잦은 식습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싱가포르 맥도날드 법인은 고객 건강을 감안해 500칼로리 이하 세트 메뉴 종류를 늘렸습니다. 통밀을 사용하고 야채와 닭고기를 주된 재료로 사용해서지요. 싱가포르의 대표적 외식 체인인 피쉬앤컴퍼니도 올 여름에 500칼로리 미만 메뉴를 싼 가격에 내놨습니다.

말레이시아 상황도 비슷합니다. 말레이시아 남성 비만율은 11%로 싱가포르와 비슷하나, 여성 비만율은 17%로 싱가포르를 웃돕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총 10만개 줄넘기용 밧줄을 전국 학교에 배치하고 올바른 식생활과 운동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업 움직임도 바빠졌습니다. 싱가포르에 연구개발 거점을 둔 스위스 네슬레는 싱가포르 과학기술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발효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이 커질 거라고 보기 때문이겠죠. 신흥국 시장을 공략하는 글로벌 기업들한테는 비만이 신사업 창출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