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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막는 것'도, '안 막는 것'도 아니라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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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훈 정치부 기자) '원칙적으로 막을 순 없다. 그러나 경찰은 막을 수 있다.'

21일 정부 당국의 대북전단에 대한 ‘앞뒤 안 맞는’ 입장 때문에 통일부 기자실이 또 시끄러워졌다. 북한이 지난 10일 연천지역에서 우리 대북단체가 날린 전단(삐라)에 고사총으로 총격을 하면서 남북간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헌법 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막을 순 없지만,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에 위협이 될 땐 경찰이 직무 집행법 상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가 나서 전단살포를 막겠다는 모양새로 보이지만, 막지 않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담긴 묘한 발언이다.

대북 단체들은 오는 25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광장 일대에서 또다시 대북전단 10만장을 살포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단체는 예고없이 ‘치고 빠지기’ 식 살포를 이어갈 전망이다.

대북 단체가 전단을 날려보내는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연천, 파주, 철원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주민들은 총격 다음날인 11일 정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기자들의 성토는 ’통일부 무능론‘으로 이어졌다. “이날(25일) 군사적 충돌이 없을 것이란 보장이 어디에 있나”, “(만약 상황이 벌어지면) 국방부는 군사적 조치를 할 것이고, 경찰이 조치(살포 제지)를 한다면 통일부는 무엇을 한다는 것인가.” “적극적으로 막지 않다가 실제 인명사고 등이 벌어지면 그땐 누가 책임을 질 건가.”

파주경찰이 이 단체들의 전단살포를 막겠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 당국 간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이 당국자는 “경찰에 이같은(전단 저지) 사실을 확인한 적은 없다”고 했다.

사실을 전하는 기자들의 업무 영역을 넘는 ‘정책 제언’도 있었다. 한 고참 기자는 “지난 2월 남북간에 있었던 상호비방중단 합의를 당국 스스로가 지키지 않고 있는데, 민간 단체의 전단살포를 저지할 명분이 있나”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대북전단 문제가 남북간의 어젠다인 만큼 경찰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통일부가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대북전단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기존 입장과 ‘필요에 따라 경찰이 조치를 취하는 것이지 막는 것은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다. 한 대북전문가의 말대로 ‘보수를 지향하는 정부가 대북단체의 활동을 막을 수는 없는’ 답답함이 드러났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