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과 19일 양일간, 삼성과 현대차 등 재계 1위를 다투는 두 기업의 시험이 끝나며 한동안 잠잠한 듯 했던 인적성시험 시장이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SK그룹과 CJ, KT 등 지난 양일간 굵직한 대기업 채용이 몰렸기 때문이다.
◆CJ, 회사 사업 아이템과 인문학 ‘결합’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고 목동고 잠실고 등 8곳에서 CJ그룹의 인적성검사가 진행됐다. 특히 CJ는 인문학 영역에서 단순 사실을 묻는 것 외에 역사 등 상식을 회사의 사업영역과 연결짓도록 하는 복합형 문제를 객관식으로 출제했다.
그중 CJ E&M이 투자 및 배급한 영화 ‘명량’을 예시로 주고 명량의 시대적 배경인 임진왜란 이후 시대를 소재로 한 영화를 고르도록 하는 문제가 눈길을 끌었다. 보기로는 왕의남자, 황진이, 최종병기 활, 신기전, 관상 등 역시 CJ E&M이 배급한 영화들이 제시됐다.
지난 18일 첫 방영된 CJ E&M 방송사업부문의 엔터테인먼트 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과 관련된 문제도 나왔다. 바둑에 관한 설명을 지문으로 주고 지문에서 설명하는 것과 관련이 없는 답을 맞추는 문제였다. 보기로는 바둑에서 모티브를 얻은 드라마 미생, 361(바둑판은 가로19줄*세로19줄, 총 361줄로 구성) 등이 주어졌다.
이를 두고 응시생들은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와 유형이 비슷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목동고에서 시험을 치른 김모 씨는 “삼성이 올해 하반기 시험에서 자사 모바일기기 등 회사 관련 문제를 출제한 것처럼 CJ도 회사의 사업 아이템에 관한 문제를 많이 물었다”며 “평소에 관련 뉴스를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CJ그룹의 이번 시험은 인성(CJAT)과 적성(CAT) 각각 320문항에 50분, 110문항에 60분으로 구성됐다. 올 상반기보다 시험시간과 문항 수가 소폭 늘었다. 인적성검사 합격자는 오는 29일 오후 6시께 발표될 예정이다.
◆SK와 KT는 예년과 비슷
올 상반기 공채를 실시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올해 단 한 번인 KT의 대졸신입 인적성검사에도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KT그룹의 인적성검사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잠실고에서 치러졌다. 시험은 지각력(30문제), 언어유추(20문제), 언어추리(20문제), 공간지각(20문제), 판단력(20문제), 응용수리(20문제), 수추리(20문제), 창의력(40문제)으로 구성됐다.
특히 ‘그림을 주고 비슷한 모양을 가진 물체를 있는 대로 적으라’는 창의력 영역에서 고전했다는 응시생들이 많았다. 한 응시생은 “최대 40개를 적어야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 절반도 채 적지 못했다”고 전했다.
서울 동국대와 건국대에서 치러진 SK그룹의 인적성검사(SKCT)는 시험 유형이나 난이도가 올해 상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게 시험을 치르고 나온 응시생들의 전언이다.
이들 기업의 시험이 끝난 뒤인 19일 오후에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타이어, NHN엔터테인먼트 등 중견기업 시험도 이어졌다. 잠실고에서 CJ 시험을 마치고 나온 한 취준생은 “서초고에서 한국타이어 시험이 있어 바로 가야 한다”며 황급히 뛰어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