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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오랜만에 비행기값 한 도쿄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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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 도쿄 특파원) “5400억원 부당 대출이 있었던 현장에 안 가면 정무위 국감이 도대체 어디를 가야 합니까?”

지난 17일 오후 2시 도쿄 주일본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도쿄사무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국감 반장 자격으로 온 김용태 의원(새누리당)은 “대규모 은행 부당대출과 관련해 해외 점포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 현황과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라며 국감 취지를 이례적으로 자세히 설명했습다. 최근 정무위의 일본과 중국 국감이 ‘외유성’이라는 국내외의 따가운 시선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으로 보였습니다.

시작은 ‘국감 무용론’이 대두되는 여느 국감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존경하는 000의원으로 시작하는 피감기관의 인삿말과 업무보고로 한 시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의원들의 1차 질의 내용도 딱히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국감장에서는 “현지 제보든 뭐든 새로운 내용을 기대했지만 역시나 였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섹시한’ 뉴스를 기대한 특파원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죠.

하지만 추가 자료 요청에 이어 1차, 2차 보충질의로 이어지면서 국감장은 ‘정책토론장’으로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 올랐습니다. 증인과 참고인들의 거침없는 발언도 나왔습니다. 일본 금융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조달비용, 영업상 한계에 대한 진솔한 설명도 더해졌습니다. 이종승 하나은행 도쿄지점장은 “자금 조달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예금보험료 경감을 고민해 달라”는 제언도 내놨습니다. 박대동 의원(새누리당)은 “열정적이고 사명감 넘치는 지점장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영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우리 동포 상대로, 우리 동네에서만 놀 생각을 버려야한다”며 현지화를 강조했습니다. 의원들은 한국 기업과 교포 비중이 전체 고객의 10% 미만인 현대해상과 SBJ은행(신한은행 일본법인)의 현지화 성공 사례에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국감은 예정된 시간을 2시간반이나 훌쩍 넘겨 7시반경 끝났습니다. 서울행 마지막 비행기로 귀국하기 위해 의원 2명은 중도에 자리를 떠야했죠. 이번 정무위 국감은 ‘1박2일 항공료만 1000만원, 외유성 국감’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국감장의 한 금융회사 직원은 “이 정도라면 비행기 값은 한 것 같다”며 정책국감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남은 건 국감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입법 활동에 반영하는 일일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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