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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공인중개사協, 중개료 수준 놓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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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정부가 부동산 중개보수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선 가운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공인중개사 모임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신경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거래가격과 관계없이 서비스 수준이 같은데도 중개보수가 너무 높다’는 국토부와 ‘중개업계의 경영 상황이 어렵고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해 한국의 중개보수는 저렴한 편’이라는 중개사협회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전국 8만500여명의 공인중개사들의 모임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먼저 선수를 쳤습니다. 지난 17일 ‘부동산 중개보수 현실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고 거래금액에 따른 중개보수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인데요. 이 개선안을 채택할 경우 수도권의 고가 주택은 중개수수료가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중개사협회는 협회의 공식 발표가 아닌 부동산지적학과 교수의 연구 발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중개사협회가 연구비를 지급하고 발주한 용역 결과라는 점에서 사실상 중개사협회의 주장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의 부동산 거래 총비용은 거래금액의 3.26~3.32% 수준으로 프랑스(14.64~16.95%) 독일(7.87%~12.64%) 일본(8.82%~11.72%) 미국(뉴욕주, 5.6~5.9%) 캐나다(온타리오주, 4.80~8.63%) 등 주요 국가보다 낮은 편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 중개업소 한 곳의 평균 연간 매출액은 6600만원인 반면 운영비용은 8500만원으로 연간 2000만원 가까운 적자를 내 경영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협회 공청회 행사에 대해 국토부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습니다. 국토부는 같은 날 출입 기자들에게 참고자료를 배포하고 중개사협회가 자체 행사에 ‘공청회’란 이름을 붙인 것부터 문제를 삼았는데요. 중개사협회가 ‘공청회를 개최한다’는 표현은 국민들이 ‘중개사협회가 중개보수 개선을 주도하는 주체로 잘못 이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국토부는 또 중개사협회가 보도자료와 토론집 등에 ‘국토부 관계자가 참석한다’고 표기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한 국토부 간부는 “이익단체인 협회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마치 국토부가 참가를 할 것처럼 언론 등에 알렸다”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국토부는 해외 선진국의 경우 기업공인중개사가 거래를 중개하고 변호사와 감정평가사 등 다양한 전문가가 거래에 참여해 거래 안전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한국과 같이 개인 중개사 1~2명이 영세하게 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허위 매물 거래 등 사고 발생시 제대로된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특히 3억~6억원 주택의 전세 중개보수가 같은 가격의 매매보다 비싼 이른바 ‘역전 현상’, 중개사와 고객이 수수료 상한선 아래서 수수료를 협상하는 ‘상한요율 문제’, 주택으로 사용됨에도 비주택으로 분류돼 최고 0.9%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오피스텔 중개보수’ 등 개선이 시급한 문제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중개수수료는 2000년 이후 10여년이 넘도록 조정이 없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3억5000만원짜리 주택을 전세 거래할 경우 280만원(거래금액의 최대 0.8%)을 내야하는 반면 같은 집을 매매할 경우 140만원(거래금액의 최대 0.4%)을 넘지 않습니다. 중개수수료 개선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오는 23일 안양 국토연구원에서 중개보수 개선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국토부와 중개사협회 모두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협회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소비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는 방향으로 중개보수 개편안이 결정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