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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의 긴급기자회견을 증권 측면에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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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락 IT과학부 기자) 지난 13일 오후 4시20분.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하나 왔습니다. “다음카카오가 오후 6시에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채 2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죠. 말 그대로 ‘긴급’ 간담회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다음카카오는 ‘사이버 검열’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카카오톡 가입자 이탈도 가속화되고 주가도 많이 떨어졌죠.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다음카카오 경영진이 간담회를 자청하고 ‘강경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들을 급하게 불러모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13일 저녁’이었을까요? 사실 그 다음 날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4일은 바로 다음카카오의 신주 4300만여 주가 상장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다음카카오의 주식 종목명)의 주가는 최근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연일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주가의 추가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 수치로 계산해 보면 좀더 명확해집니다. 지난 8월19일 다음 주가는 최고 17만7100원까지 올랐습니다. 신주를 더해 시가총액을 계산할 경우 10조173억원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 주가는 지난 13일 12만8400원까지 하락합니다. 시총이 7조2627억원으로 대폭 줄어든 것이죠. 약 3조원 정도가 증발했습니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의 손해도 1조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김 의장은 다음카카오 지분 22.2%를 보유하고 있고 그가 100%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는 다음카카오 지분 17.6%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 의장은 다음카카오 지분 39.8%를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단순하게 시총이 3조원 줄었다면 김 의장의 지분 가치도 1조2000억원 정도 사라진 것입니다. 불과 한두 달 만에 이런 타격을 받는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결국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직접 간담회에 나와 “(검찰의) 감청 영장 집행에 앞으로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선언을 하고 나선 것입니다. 어떻게든 가입자들을 안심시키고 추가 주가 하락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사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막상 뜯어 보니 다음카카오의 입장은 ‘법을 어기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감청 영장에 대한 적극적 수사 협조를 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발언입니다.

회사 관계자들도 “법률적으로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란 입장입니다. 결국 코너에 몰렸던 다음카카오가 충격적인 ‘레토릭(수사법)’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며 가입자 이탈과 추가 주가 하락을 막겠다는 의도로 이 같은 발표를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