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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이뤄진 경제사령탑의 뉴욕 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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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기 뉴욕 특파원) 지난 9일 낮 12시(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포시즌스 호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월가의 투자자를 상대로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영어로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을 가졌다.

한 때 국가IR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한국 경제 설명회의 기원은 외환위기로 거슬로 올라간다. 첫번째 국가IR은 DJ정부 초기인 1998년 3월 당시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 주관으로 뉴욕과 보스턴에서 열렸다. 1997년 12월 국가부도 사태를 겪은 정부가 월가의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는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후 강봉균, 진념, 전윤철, 이헌재, 한덕수, 권오규 부총리까지 경제수장들은 2007년 참여정부 마지막 해까지 10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뉴욕이나 런던에서 국가IR을 열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사라지다시피 했던 국가IR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부총리 부활과 함께 재개됐다. 지난해 6월 런던에서 현오석 부총리가 국가설명회를 가진데 이어 최 부총리가 이날 뉴욕에서 같은 행사를 주재한 것. 특히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뉴욕에서 경제사령탑인 부총리가 직접 한국 경제 설명회를 연 것은 2005년 한덕수 부총리 이후 10년 만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아쉬움이 많았다. 명색이 세계 10위 경제대국인 IR행사의 진행을 해외투자자가 맡은 점부터 의아했다. 행사의 시작과 최 부총리의 소개, 프리젠테이션 후 이어진 질의응답의 사회를 맡은 사람은 주베리 수피안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주식부문 대표였다.

개회 인사는 엘리노 후버 씨티 자본시장 부회장이 했다. 씨티와 BoA는 이날 행사의 공동주관기관으로 소개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두 회사가 월가의 금융회사에 이번 행사를 알리고, 참석자를 모으는 역할을 했다”며 “지금까지 관행”이라고 말했다.

해외 언론의 참석이 전무했다는 점도 아쉬웠다. 명색이 국가 IR인데 월가의 일부 투자자들과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가 참석한 게 전부다.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블룸버그 등 월가 소식을 전하는 신문과 통신에는 이날 행사가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이날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고 강하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는 30분의 프리젠테이션 후 7개의 질문을 받는 것으로 끝났다. 질문 역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 환율, 북한변수 등 의례적인 수준이었고, 답변도 예상된 모범답안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느슨하게 진행된 약속대련을 보는 듯 했다. 외형상 성공적인 IR이라는 게 국내 평가지만 월가의 주목을 받지 못한 안방잔치란 느낌도 들었다.

이날 행사에 초대된 월가의 한국인 금융권 인사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는 기자가 “잘 끝난거죠?”라고 말을 건네자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이런 행사에서 서프라이즈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그래서 모든 IR이 성공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0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