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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소격동' 반응: "서태지 느낌" vs "다소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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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정 박수정 최진실 한경 텐아시아 기자) 드디어 서태지의 ‘소격동’이 공개됐다. 음원 공개까지 굴곡도 우려도 많았다. 이 곡이 아이유의 버전과 비교해봤을 때 더 낫다고 볼 수 있는지, 기존 서태지의 노래들에 비해 완성도 면에서 출중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서태지는 “소격동은 제가 자라온 정말 예쁜 한옥 마을로 나의 마을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아름답게 그린 노래입니다. 이 곡을 통해 여러분들의 마음도, 여러분들의 옛 마을에 잠시 머물다 올 수 있다면 좋겠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대중도 이 곡을 마냥 아름답게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텐아시아 3명의 기자가 진단해봤다.

# 서태지-아이유, ‘소격동’에서 한 목소리 냈다면

드디어 서태지와 아이유, 두 사람의 ‘소격동’이 모두 공개됐다. ‘서태지와 아이유’라는 그 누구도 생각 못한 조합으로 화제를 모았던 ‘소격동’은 마침내 두 사람의 각기 다른 목소리로 완성됐다. 강렬한 기계음과 동화 같은 가사는 서태지와 아이유의 만남처럼 이색적이다. 처음 듣는다면 생소할 수 있겠지만 계속해 중독성을 이끄는 이 노래의 매력에서 서태지와 아이유 두 사람의 명성을 재입증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많은 이들이 서태지의 ‘소격동’에서 멋진 반전을 기대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물론 같은 구성에서 느낄 수 있는 두 사람의 스타일 차이가 있지만, 놀라움을 주지는 못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반응들을 살펴보면 ‘소격동’이 서태지보다 아이유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의견들도 상당하다. 차라리 서태지와 아이유가 ‘소격동’을 듀엣으로 불렀다면 어땠을까?

# 서태지 세대가 아닌 사람들에게 '소격동'이란?

서태지 버전의 ‘소격동’을 듣는 순간, 첫 느낌은 확연히 느껴지는 아이유와의 차이점이었다. 서태지 ‘소격동’은 아이유 버전의 ‘소격동’과 보컬 볼륨부터 확실히 달랐다. 아이유 ‘소격동’은 아이유의 소녀 같은 순수한 음색이 전면에 배치됐다면, 서태지 ‘소격동’은 보컬이 반주에 묻히는 느낌이었다. 물론 소년과 소녀의 아련한 첫사랑을 담은 ‘소격동’ 뮤직비디오처럼 서태지 특유의 음색이 아이유 ‘소격동’과 묘한 어우러짐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서태지 세대를 겪지 않고, 위인전 속 인물로 서태지를 접했던 이들에게 ‘소격동’으로는 서태지의 위대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서태지는 매 앨범 세계적인 트렌드를 서태지화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한국 가요계의 거물. 역사를 배운 이들에게도 서태지에게 기대하는 것은 혁신과 음악성이었으리라. 그러나 유튜브를 통해 얼마든지 최신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서태지가 보여줄 수 있는 혁신은 어디까지일까? 일단은 요즘 세대에겐 국민여동생 아이유의 목소리가 더 익숙한 듯하다.

# 서태지는 그래도 서태지일 거라고 기대

아이유의 ‘소격동’, 그리고 서태지의 ‘소격동’이 나온 후 대중음악 관계자들(평론가, 작곡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서태지의 작품을 개인적인 생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서태지의 팬에게도 물었고, 서태지를 잘 모르는 전문가에도 물었다.

서태지의 팬은 기존의 서태지가 들려줬던 멜로디, 가사, 리듬을 살리고 있다고 말했고, 서태지의 팬이 아닌 전문가들은 음악적으로 다소 실망스럽다는 말을 했다. 실망스러운 이유는 뭘까? 주지하다시피 서태지는 영미권의 팝 어법을 발 빠르게 들여와 가요에 접목시켜 새로운 트렌드를 유행시킨 아티스트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소격동’은 한참 모자라 보인다.

이 곡은 최근 대세인 일렉트로 팝의 어법을 따르고 있지만, 국내 인디 신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과 비교해봐도 장르에 대한 이해도 및 숙련도가 높지 않고, 음악적인 완성도에서도 탁월하다 보기 어렵다. 이전 앨범들에서 서태지가 자신의 특기인 록을 했을 때 음악적으로 비범한 어법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소격동’에서는 그런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서태지는 새 앨범에서 ‘동화’를 표현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런 감상적인 측면에서 보면 ‘소격동’은 동화적인 이야기를 담은 ‘들을 만한’ 노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적 완성도로 보면 기존의 솔로앨범들과 비교해봤을 때 다소 조잡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소격동’이 서태지 새 앨범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곡은 절대로 아닐 것이다. 그는 서태지다. 앨범에서는 '소격동'을 훌쩍 뛰어넘는 곡들을 들려줄 거라고 믿는다. 서태지니까. (끝)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