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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두 종류. 해킹당한 기업과 당한 걸 모르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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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파리의 IT 이야기) 글로벌 사이버 전쟁은 아군도 없고 적군도 없고, 밤도 없고 낮도 없고 공휴일도 없습니다. 특히 ‘빅2’인 미국-중국 간 사이버 전쟁이 치열합니다. 사이버 공격 현황을 실시간으로 표시한 사이트를 보면 미국-중국 간에 오가는 화살이 가장 많습니다. 물론 한국으로도 화살이 날아오고 한국에서도 화살이 날아갑니다.

미국 중국 간 사이버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요즘엔 정부 차원에서 상대국을 비방하는 사례도 등장했습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는 언론에 슬금슬금 흘리기만 했습니다. 중국 해커들이 백악관 또는 펜타곤을 공격했다느니, 주요 기업들 서버를 공격했다느니, 인민해방군이 상하이에 아지트를 마련해놓고 전 세계를 공격한다느니.

최근에는 제임스 코미(James Comey)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공연하게 중국이 산업기밀을 탈취하기 위해 "매우 공격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의 관례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입니다. 뭐라고 말했을까요?

코미 국장은 최근 CBS ‘60분(60 Minutes)'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대담 후반부에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광범위하게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의 큰 기업은 두 종류가 있다. 중국에 의해 해킹을 당한 기업과 중국에 의해 해킹을 당한 걸 모르는 기업이다.” 해킹 당하지 않은 기업이 없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다음 얘기도 재밌습니다. 코미 국장은 중국 해커들을 술 취한 강도에 비유했습니다. 현관문을 발로 쾅 차고, 꽃병을 깨뜨리고, 텔레비젼을 들고 걸어나간다. 마치 우리는 언제든지 오고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들을 제지할 방법이 없다.

중국 해커들은 왜 이렇게 할까요? 코미 국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국 해커들은 신용카드 정보를 훔치고 개인정보를 훔쳐서 이득을 취하려는 게 아니다. 그들은 중국에서 사용할 만한 영업비밀(산업기밀)을 찾고 있다. 자신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찾고 있다. 그들은 굳이 개발/창조(invent)할 필요가 없다. 훔쳐서 베끼면 그만이다.

‘60분' 프로그램 진행자인 스콧 펠리가 코미 국장한테 물었습니다. 중국 해커들이 미국 경제에 끼치는 손해가 얼마나 되느냐고. 코미 국장은 그 피해 금액을 산정하긴 어렵지만 "수십억"(달러)은 된다고 했습니다. 연간 수조원에 달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해킹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곤 했습니다. 인민해방군 산하에 해킹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언론이 아지트를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코미 국장의 발언 중에는 예민한 내용이 많습니다. 개인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산업기밀을 빼가는 게 목적이라는 겁니다.

미국-중국 간 사이버 전쟁에 관해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인 의견을 붙이긴 어렵습니다. 또 중국은 공격만 하고 미국은 당하기만 하는 것도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미국의 사이버 공격을 비난하곤 했습니다. 이런 사이버 전쟁 시대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 FBI 국장이 출연한 CBS '60분' 프로그램 사이트: http://www.cbsnews.com/news/fbi-director-james-comey-on-threat-of-isis-cybercr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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