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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때문에 승진에서 누락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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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올 들어 여성 등용 논란이 뜨겁습니다. 찬반 양론이 섞인 가운데 여성 등용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양한 얘기들이 오고 가고 있답니다.

찬반 논쟁의 쟁점은 이렇습니다. 교육부와 노동조합 등은 여성 등용의 폭을 확대하기 위해 관리직 비중 등 수치 목표의 의무화를 요구했습니다. 기업 경영자 측에서는 “수치 목표를 만들면 숫자 맞추기 식 인사가 이뤄진다”고 반발했고요.

이런 와중에서 최근 일본 정부는 관리직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2020년까지 3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작년 말 기준으로는 6.6%에 그치고 있습니다.

여성 관리직의 비율을 수치 목표로 제시한 ‘여성의 사회생활 활약 추진에 관한 법률안’이 임시국회에 제출돼 2025년까지 10년간 한시 법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2016년부터 직원 301명 이상의 대기업의 여성 등용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일본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가는 데는 앞으로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기업과 경제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 의식이 깔려 있죠.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도쿄도의 조사에 따르면 임원이나 관리직을 차지하기 싫다는 여성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겁니다. 여성들이 임원이나 관리직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육아의 양립이 어렵다’ ‘출세에 관심이 없다’ 등이라고 하네요.

물론 모든 여성에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만은 사실인 듯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런 분석과 지적을 내놨습니다. “엄밀하게 속을 들여다 보면 여성들이 역할 모델을 사내에서 찾지 못하는 영향이 크다. 남성 경쟁자와 겨뤄 이기고 가정까지 양립해서 성공하는 상사를 보는 일이 흔치 않다.”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조직원들이 일을 공유하고 만일의 경우 서로 도울 수 있다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관리직 인턴 등을 도입해 여성들의 중장기적이고 잠재적인 불안감을 줄이는 것입니다.

여성 등용에 대한 팽팽한 의견들이 제시되는 가운데 리소나그룹의 기업 문화는 여성 등용 관련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리소나은행 등을 갖고 있는 이 그룹에서는 30년 전만 해도 부지점장에서 지점장이 될 차례인 여성 승진 대상자에게 “네가 치마를 입고 있기 때문에 승진을 시킬 수 없다”는 통보가 잦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표적으로 여성들에게 승진과 영업 기회를 주는 그룹으로 유명해졌죠.

여성위원회를 따로 만들어 여성 직원들의 육아 지원 확충과 여성 지도자 연수 개최 등 환경 정비에 다른 어떤 그룹보다 적극적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한 퇴직은 급감했고요.

리소나그룹이 이렇게 변한 데는 사실 이유가 있답니다. 2003년 리소나그룹은 경영 위기에 직면합니다. 당시 경영 재건을 위해 투입된 호소야 에이지 회장은 여성의 자유로운 발상이 조직 개혁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합니다. 또 있습니다. 고객의 절반 이상이 여성인만큼 여성 임직원을 활용한 여성 고객 확보가 실적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판단은 정확했습니다. 리소나그룹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전체의 23%입니다. 2003년 대비 3배가 늘었죠. 여성 임직원들의 활약과 함께 리소나그룹은 경영 재건을 이뤘습니다.

일단 일본 정부의 여성 등용을 위한 지금의 변화 움직임들이 10년 후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집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