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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로 가 버린 직원에겐 냉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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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경쟁업체를 누르고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 경쟁업체로 이동한 이직자에게 냉정해야 합니다.” 이런 얘기를 한 후지타 스스무 사이버에이전트 사장의 논리가 일본 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후지타 사장의 논리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후지타 사장은 최근 젊은 직원이 사이버에이전트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격노했습니다. 단순히 서운하거나 화를 낸 것이 아니라 정말 격렬하게 화를 낸 것이죠.

사이버에이전트는 일본 내 1위 온라인 광고 에이전시입니다. 도쿄대 졸업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기업으로 꼽는 벤처회사 중 한 곳입니다. 후지타 사장은 무일푼 창업에서 억만장자가 된 성공한 샐러리맨 신화로도 일본에서 유명합니다. 초창기에는 하루 17시간씩 일하는 일벌레로도 잘 알려졌죠. “취미가 비즈니스”라는 명언(?)으로도 많이 회자됩니다.

이런 사이버에이전트는 직원만 3000명에 달합니다. 한두 명의 직원이 그만두는 건 일상적인 일이죠. 그런데도 이처럼 사장이 직접 격노한 건 사실 다 계산된 일이었답니다. 사장의 격노가 사내에 확산되기를 바란 것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일본에서 벤처기업 버블 시기가 있었습니다. 각 기업들은 최고의 인재를 뽑으려고 노력했죠. 후지타 사장이 지켜본 결과 그 당시 기업들의 이직자에 대한 태도가 수년 후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겁니다.

후지타 사장이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기고한 글을 보겠습니다.

“당시 업계 1위 기업은 전직한 직원에게 ‘우리 회사 출입 금지’를 공표할 만큼 냉정하게 대했습니다. 반면 2위 이하 기업들은 “그만두고도 좋게 지내자. 이직을 계기로 새로운 협력이 생길 수도 있다”며 너그러운 태도를 보였죠. 하지만 이게 1위와 그 이하 기업을 가르는 기준이 되더라고요. 당시 격노하며 이직자들에게 엄격했던 기업은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고, 2위 이하는 도약을 못했죠. 이유는 우수 인재에 대한 욕심과 관리의 차이였습니다.”

우수 인재는 기업의 핵심 자산입니다. 온라인이나 벤처기업의 경우는 더하죠. 그런데 이직에 대해 관대하다 보면 직원들이 더 좋은 조건이나 기회 혹은 충동적인 마음에 직면했을 때 쉽게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논리죠. 조직의 미래를 위해 감성보다 이성을 택했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이런 그의 논리가 옳은 지, 그른 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작은 차이가 기업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다는 교훈만은 새겨들을 만 한 듯 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