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정치인에게 주례를 부탁하기란 웬만한 친분 없이는 어렵습니다. 특히 정 의원처럼 5선의 중진 의원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날 정 의원이 주례를 선 결혼식의 주인공은 평택에서 카센터 수리공으로 일하는 노총각 하모 씨(43)였다고 합니다.
어떤 인연으로 주례를 서게 되었을까요?
정 의원 측 관계자는 하 씨에 대해 “2012년 소통대장정 당시 만난 적이 있을 뿐 특별한 친분은 없는 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당시에도 노총각이었던 하 씨가 지나가는 말로 ‘결혼을 할 수 있게 되면 정 의원을 주례선생님으로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며 “정 의원이 당시 흔쾌히 하겠다고 했는데, 1년6개월이 지난 뒤 진짜 결혼한다고 연락이 와 정 의원에게 전하니 주례를 서겠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의원은 2012년 대선이 끝난 뒤, 지지자들에게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자 소통행보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소통대장정’은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을 거쳐 제주도까지 이어졌는데, 하 씨도 그 때 만난 지지자 중 한명이었습니다.
정세균 의원은 주례사에서 “정기국회 기간이고 언제 생길지 모르는 돌발상황 때문에 주례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당시) 노총각이라고 놀렸더니 서둘러 결혼 준비를 한 것 같다”며 분위기를 풀기도 했습니다.
주례사로는 ‘변치말고 투명하라’, ‘부모에게 잘 하라’, ‘아이가 국가의 미래다. 아이는 셋 이상 낳아라’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례를 부탁한 하 씨는 “사실 진지하게 부탁드렸던 것이 아니었는데, 정세균 의원이 기억하고 흔쾌히 수락해 놀랐다”며 “나같은 일반인의 결혼식에 정말로 정 의원이 주례를 해주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특별한 결혼식을 만들어준 정 의원에게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이지만, 지지자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란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선거 때 약속만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사소하더라도 1년 반 전 지지자와 한 약속을 기억한 정 의원 같은 정치인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