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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토토-복권 레저세 불발은 부처이기주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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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편집국 선임기자) 안전행정부는 지난달 12일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2배 이상 올리고 올해말로 기간이 끝나는 각종 감면제도를 정비하는 내용의 지방세 3법(지방세법 지방세기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증세에 따른 표심 이탈을 우려하고 있어 개정안이 국회에서 원안 통과될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만약 이들 3개법이 정부안대로 통과되면 1조4000억원 정도 지방재정이 확충되는 효과가 생기게 됩니다. 안행부는 1조원 가량이 각종 감면제도 정비로 생기는데, 정비대상 감면제도 중에 적지 않은 숫자가 관련단체 등의 반발로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방재정 확충 규모가 확 줄어들 수 있다는 거죠.

당시 개정안을 설명한 이주석 지방재정세제실장(사진)은 지방재정 확충 효과가 큰 레저세 신설 법안이 부처간 이견으로 채택되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안행부 추산에 따르면 레저세를 신설하면 카지노에서 3000여억원, 스포츠토토에서 3200여억원, 복권에서 3000여억원 등 1조2200억여원이 지방세로 걷히게 됩니다.

안행부는 지방재정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카지노·스포츠토토·복권에 레저세를 새로 매기는 방안을 관련 부처와 계속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당초 관련부처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을 살펴보면 앞으로 일정이 그리 녹녹치는 않아 보입니다.

관련 부처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는 이들 3개 사업에서 떼어내는 기금을 사용하는 각종 단체나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꼽힙니다. 관련부처에서 얘기를 들어 보니 정작 가장 큰 이유는 부처간 ‘쌈짓돈 이기주의‘로 파악되더군요.

카지노 스포츠토토 복권 사업은 사행성이 강한 만큼 세금 이외에도 다른 좋은 사업에 쓸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가지 기금을 뗍니다. 카지노의 경우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강원랜드는 매출의 15.7%를 국세로, 1.44%를 지방세로 각각 매기지요. 여기에 매출의 10%를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순이익의 25%를 폐광지역개발기금으로 보냅니다.

일반 카지노는 세전 이익의 25%를 법인세로, 3~5%를 개별소비세로 부과하고 매출액의 10%를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떼어 둡니다. 스포츠토토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매출의 50%를 당첨금으로 쓰고 25%는 위탁받은 사업자가 가져갑니다. 나머니 25%는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들어가고요. 복권은 수익금의 35%를 복권기금으로 떼서 과학진흥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근로복지기금 문화재기금 등에 씁니다.

일단 세금으로 걷은 돈을 쓰려면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정부가 짠 예산안이 국회 승인을 거쳐야 예산으로 확정되는 이유죠. 기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복권기금은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가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용처를 결정합니다. 또 스포츠토토에서 떼는 국민체육진흥기금은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이 기금 사용 결정권을 갖습니다.

폐광지역개발기금은 카지노가 있는 곳의 지방자치단체 요청을 받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쓸 데를 결정합니다. 준조세 성격의 이들 기금은 주무부처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국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용합니다. 이런 이유로 해당 부처의 ‘쌈짓돈’ 성격이 강하게 되는 거지요.

지방세인 레저세를 신설하면 기금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안행부는 레저세를 새로 도입할 경우 현재 각종 기금에서 지자체에 투입하는 금액을 레저세로 돌린다는 방침이어서 그렇습니다.

국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집행할 수 있는 재원은 해당 주무부처에는 여간 큰 매력이 아닙니다. 현안 발생때 기금을 이용해 이른바 ‘밀땅’을 할 수도 있고, 해당 부처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다양한 사업도 벌일 수 있죠. 이렇게 쓰는 기금 가운데 1조2200여억원을 지방세로 떼어가겠다고 하니 해당 부처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 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죠.

“레저세 신설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부처들의 ‘쌈짓돈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안행부 관계자의 말이 크게 틀리지 않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