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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서울시, 학회 세미나 통해 에둘러 국토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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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건설부동산부 기자) 서울 명동에 있는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지난달 30일 ‘서울의 정비사업, 앞으로 나아갈 길은?’ 이란 제목의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한국도시설계학회에서 주최한 세미나였는데요. 그 주제와 배경이 재밌더군요.

발제는 모두 3번입니다. △공공관리자 제도의 성과 및 발전방향(이승주 서경대학교 교수) △재건축 연한 단축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과제(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를 고려한 정비사업 추진방향(남진 서울시립대 교수)인데요.

이는 모두 지난 ‘9·1 부동산대책’ 때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충돌을 빚은 이슈지요.

심포지엄은 국토부의 정책 방향을 에둘러 비판하는 자리였습니다. 이승주 서경대 교수는 “국토부는 공공관리자 제도를 선택적으로 하는 방안을 이야기한다”며 “현재 의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 외에 선택제를 택한 지역은 전혀 공공관리자 제도가 적용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시 이외 지역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문제점이 해결되고 있지 않다는 얘기지요.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재개발 사업 90% 가량이 서울에서 이뤄진다”며 “서울시가 그만큼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도 강조했어요. 시대 흐름 상 공공기관은 점점 정비사업에 깊이 관여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습니다.

공공관리자 제도를 두고 서울시와 국토부가 특히 갈등을 빚은 부분은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기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지자체 영역을 침범했다고 반발하고 나섰었죠.

이 교수는 “분명한 내역서가 나온 뒤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시공사 선정시기를 두고 나온 논란은) 법의 내용을 잘 몰라서 나온 문제제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재건축 연한 시기를 40년에서 30년으로 앞당기는 부분도 비판했습니다. 윤 연구위원은 “재건축 연한 40년은 서울시에서 실증연구와 전문가 검토 등을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며 “40년을 유지하는 선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내용이지요.

이는 서울시의 입장과 같습니다. 지난달 19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의에서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안전진단 기준과 사용 연한 등에 대해 서울시와 국토부는 의견이 다르다”고 말한 바 있지요.

사실 공공관리자제도와 재건축 안전 진단 기준 완화는 국토부가 법으로 강제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는 따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날 행사 역시 서울시가 협회의 이름을 빌려 국토부를 ‘에둘러 비판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 이라는 얘기지요.

주최는 협회지만 서울시는 이 행사에 1500만원 가량을 후원했습니다. 이용건 서울시 주거재생정책관이 축사를 하기도 했고요.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들도 많이 참석했어요.

물론 서울시는 “우리는 이 행사와 전혀 상관이 없다”며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만 듣고 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날 아침 서울시는 ‘공공관리제 4년, 공사비 8% 줄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지요.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