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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패션위크의 팝콘, 커피 그리고 화이트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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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김선주 생활경제부 기자) ‘2015 봄·여름(S/S) 파리패션위크’가 시작된 지 벌써 엿새 째입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도 인상적이지만 패션쇼를 준비하는 그들의 자세도 꽤 흥미롭습니다. 일단 이들은 정시에 패션쇼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초청한 유명인, 특히 주요 유명인들이 도착할 때까지 지연되기 일쑤입니다. 기본 30분은 늦게 시작한다고 봐야 합니다. 심한 경우 1시간 넘게 지연되기도 합니다.

지난 25일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의 쇼는 가수 카니예 웨스트와 부인 킴 카다시안 커플이 도착할 때까지 40여분이나 지연되더군요. 이 바람에 보그 편집장이자 패션계 거물로 꼽히는 안나 윈투어,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배우 까뜨린 드뇌브 등도 속절없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런 ‘지각 패션쇼’가 가능한 이유는 서울패션위크처럼 한 장소에서 하는 게 아니라 겐조는 청담동, 샤넬은 남산, 지방시는 삼청동 식으로 브랜드마다 각각 다른 장소에서 패션쇼를 열기 때문입니다.

‘늑장 패션쇼‘에 짜증이 날 법한 상황이지만 패션쇼를 찾는 ‘패피(패션 피플)’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였습니다. 패션 업계 종사자, 언론인 등으로 관람객을 한정해 어차피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지라 이런저런 안부를 물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파리패션위크는 일반인 관람객들은 어지간해서는 볼 수 없다고 하네요.

쇼가 지연될 것을 대비해 관람객들에게 나눠주는 ‘떡밥’도 이들이 좀처럼 짜증을 내지 않는 이유입니다. 랑방 쇼에서는 늘씬한 백인 남성들이 달콤한 팝콘과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을 나눠줬습니다. 관람객들은 쇼가 늦어지거나 말거나 팝콘을 우물거리며 즉석 칵테일 파티를 즐겼습니다. 아크네 스튜디오의 쇼에서는 딸기를 예쁘게 얹은 달달한 쉐이크를 나눠줬지요.

겐조 쇼장 앞에는 아예 작은 봉고차가 마련됐습니다. 우리나라 도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동형 테이크아웃 커피 차량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관람객들에게 작은 과자와 드립 커피를 나눠줬죠. 관람객들이 봉고차로 달려가 저마다 "커피 주세요"라고 외치는 장면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저도 얼결에 한 잔 마셨는데 커피 맛은 그냥 마실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각 브랜드별로 어떤 다과를 준비했는지, 그 맛은 어떤지 비교해 보는 것도 파리패션위크에서 접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