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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의 '국정감사 증인 컨설팅'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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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로펌 변호사들은 같은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다른 로펌의 변호사들을 일반적으로 잘 알고 지냅니다. 공정거래법, 기업 형사소송, 국제중재, 이혼·가사 등 수없이 많은 전문 분야가 있는데 법정이나 세미나 등에서 자주 얼굴을 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전문가끼리도 다른 로펌에서는 누가 그 일을 하는지, 특정 로펌도 그 업무를 하는지 잘 모르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국정감사 증인 컨설팅’입니다. 국감에 증인으로 소환된 사람이 증언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쟁점 법률 검토, 의원 성향 분석, 답변 시 유의사항 등을 컨설팅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은 9월29일자 A2면을 통해 로펌들의 증인 컨설팅 서비스 현황을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보도했습니다.

왜 증인 컨설팅 분야 변호사들은 서로 잘 모를까요? 로펌들이 공개 마케팅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회 입장에서는 로펌이 이런 서비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쁠 수도 있어서 숨기는 거죠. 국감장에서 질의응답을 할 때 대답을 두루뭉술하게 하도록 증인을 가르친다거나, 의뢰인을 증인에서 빼달라고 로비하는 것 등이 국감 증인 컨설팅 팀이 하는 일이거든요.

인기를 먹고 사는 국회의원으로서는 국감은 국민의 주목을 받을 좋은 기회입니다. 증인을 호통치거나 궁지로 몰아넣어야 주목받을 수 있는데 로펌이 답변을 회피할 방법을 가르치기나 로비 같은 ‘어둠의 방법’으로 방해한다니 의원 입장에서 보면 좋지 않게 보일 수 있겠죠.

그래도 그건 의원 사정이고 법률시장 소비자에게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로펌끼리도 서로 다른 로펌 상황이 어떤지 궁금해 하고요. 참고하시라고 제가 아는 내용을 이곳에 공개합니다.

이 서비스가 비교적 잘 발달한 곳은 법무법인 태평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태평양은 법제행정팀에서 이 서비스를 한지 벌써 3년이 됐다고 합니다. 법제행정팀장은 유욱 변호사가 맡고 있지만 증인 컨설팅 업무에 가장 밝은 사람은 최석림 변호사지요.

최 변호사는 사법고시 뿐만 아니라 입법고시도 패스한 사람이고 국회에서 일한 경력이 10년 이상입니다. 10대 그룹 등 자체 대관팀을 갖고 있는 굴지의 대기업도 태평양에서 증인 컨설팅 자문을 받는다고 하네요.

후발주자로 비교적 잘 따라오고 있는 곳은 세종입니다. 세종은 작년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기존 입법자문팀이 있지만 이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국감전담팀을 아예 따로 꾸렸다고 하네요. 세종의 고객은 95%가 자체 대관팀이 없는 외국계 기업이랍니다. 이용성 변호사가 국감전담팀장을 맡고 있고 백대용 변호사가 실무를 맡아보고 있지요. 국내 대기업은 태평양에 많이 가고, 외국계 기업은 세종에 많이 오도록 시장을 분할한 모양새입니다.

김앤장은 이 서비스를 안한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김앤장을 제외하고 이 분야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김앤장도 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업무를 하는 변호사를 10명 가까이 인터뷰했는데 다들 하는 얘기가 같았습니다. 김앤장은 평소 로펌 내부 일을 외부에 오픈하지 않지요. 그래서 본인 해명보다 다른 사람들의 일치된 얘기에 더 믿음이 갑니다.

지평은 지난해 입법지원팀을 만들면서 팀에서 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김진권 변호사와 임성택 변호사가 공동 팀장인데 국감 증인 컨설팅에는 김진권 변호사가 밝다고 합니다. 김진권 변호사도 국회 새누리당 보좌관 생활을 10년 넘게 했거든요. 국회에서 나와서 전남대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받은 뒤 지평의 변호사가 된 사람입니다.

광장은 2년 전에 증인 컨설팅 매뉴얼 개발을 끝냈습니다. 이종석 변호사가 이끄는 입법컨설팅팀에서 증인 컨설팅 서비스를 하고 있지요. 하지만 “아직 단발성 자문 외에 이 업무에 중점을 두고 컨설팅한 경우는 없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종구 고문이 광장에 있어 발전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겠네요.

율촌도 김동수 변호사가 이끄는 입법지원팀에서 이 업무를 하고 있는데 주력 상품으로 여기지는 않습니다. “기존 고객 서비스의 연장선상에서 하는 거고 국감 프로젝트로 특별히 개발할 계획은 없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역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은수 고문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시장에 뛰어들 수는 있겠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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