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투자자들이 본 명량-해적-군도-해무 4파전 뒷얘기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박동휘 증권부 기자) 명량, 해적, 군도, 해무…두 글자로 이름 지어진 이 4편의 영화는 올 여름 한국 영화판을 뜨겁게 달군 대작들입니다. 흥행 면에선 명량이 1757만명(23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불러들이며 단연 1위에 올랐습니다.

해적도 예상을 뒤엎고 850만 관객을 돌파, 흥행 대작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에 비해 군도와 해무는 제작사와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고 말았습니다.

흥행과 실패의 요인이 무엇이었는 지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많습니다만, 돈을 대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뒷얘기들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다분히 결과론적인 얘기입니다만, 영화 투자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방증하는 사례들이라 생각합니다.

제작자들의 기대가 가장 컸던 작품은 해무였다고 합니다. 봉준호 감독이 첫 제작을 맡은 작품인 데다 봉 감독과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한 심성보 감독이 맡은 영화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영화판에서 투자자들이 첫 손에 꼽는 투자 유인이 바로 감독의 역량입니다. 제작자로 나서긴 했지만 봉 감독이 ‘총대’를 메고 진두지휘한 작품이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는 얘기입니다.

배우들도 김윤석, 문성근, 박유천 등 쟁쟁한 분들이 합류하면서 기대치를 한결 높였습니다. 하지만 관객수 200만명을 넘지 못한 채 아쉽게 개봉관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군도는 5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끌어들이며 선전하긴 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진 못했다고 합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일 겁니다. 배급을 맡은 쇼박스를 비롯해 투자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군도는 마케팅 측면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게 중론입니다.

윤 감독은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를 시작으로 평단의 신뢰를 받고 있는 감독 중 한 명입니다.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도 그의 작품입니다. 군도는 윤 감독이 작심하고 만든 오락 영화입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좋아하고 사랑했던 오락적인 모든 요소를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식 카우보이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석양을 걷는 주인공들의 모습들이 나오는 장면에서부터 어딘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나래이션식 극 전개 등을 보면 윤 감독의 의중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다 찍고 나서 마케팅 전략을 짜려고 보니 영화 전체에 흐르는 범상치 않은 메시지 하나가 보이더랍니다. 바로 ‘민란의 시대’라는 화두입니다. 전작 범죄와의 전쟁을 연상시키는 바도 있고, ‘시대 정신’을 담으면 좀 더 나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마케팅 포인트가 변경됐습니다. 결과적으론 감독의 의도와 마케팅이 불협화음을 내면서 영화가 갖고 있는 흡입력에 비해 썩 좋지 못한 흥행 성과를 거두고 말았습니다.

해무, 군도에 비해 명량과 해적은 의외의 결과를 낳은 작품들입니다.

명량만 해도 처음 투자자 시사회에 참석했던 기관투자자 고위 임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손익분기점만 넘겨도 다행이다”라고 말이죠. 해적 역시 이같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예상한 투자자는 없었다고 합니다. 성인들이 보기엔 유치해 보이는 면이 많은 데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경쟁작들의 위세가 워낙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적은 여름 방학이라는 특수 시즌을 효과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명량이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반면에 해적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들까지 부담없이 볼 수 있어 올 여름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급부상게 된 겁니다.

이런 이유로 영화 투자가 참 어렵다고들 합니다. 10개에 투자하면 2~3개만 성공해도 대박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다행히 최근엔 기관투자자들도 영리해져서 소위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진다고 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