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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배우’ 리암 니슨, 4편 영화에서 42분간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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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국제부 기자) 리암 니슨(62)은 오래된 배우입니다. 17세 때 극단에 들어가 배우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고독한 복서로, 로맨틱한 연인으로, 양심적인 사업가로, 쉰들러리스트의 주인공으로, 혁명의 지도자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사람들의 머릿 속에 가장 오래 기억될 캐릭터는 바로 ‘몸짱 액션배우’ 일 겁니다.

50대 중반에 찍은 영화 ‘테이큰’은 그의 영화 인생을 한 방에 바꿨습니다. 불가능한 임무를 맡아 악전고투를 벌이고, 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환호했습니다.

속편인 ‘테이큰2’에 이어 ‘논스톱’, 최근 개봉한 ‘툼스톤’까지 네 편 연속으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환갑을 넘긴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절도 있는 액션과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에 사람들은 이제 “그를 대체할 중년의 액션배우는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리암 니슨이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면서 재미있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작 툼스톤을 포함한 네 편의 영화가 모두 액션스릴러이기 때문인데요. 전직 경찰, 비밀요원 등으로 나오는 그가 관객들에게 가장 많이 보여준 모습은 액션이 아닌 ‘통화 중’ 장면이라고 합니다. 적들과 통화하고 인질과 연락하는 등 영화 속에서 니슨 만큼 전화기를 잘 활용한 배우도 없을 것 같습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아예 네 편의 영화를 시간대별로 분석했습니다.

영화 ‘툼스톤’에서 니슨은 총 열 번의 전화 통화를 하는데 영화 시간의 7%를 할애합니다. 영화 배경이 스마트폰 등장 이전인 1999년이다 보니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니슨은 극 중 짜증을 내기도 하죠. 니슨은 2008년 영화 테이큰에서 총 17번의 전화 통화를 합니다. 속편과 1편에서 각각 영화 시간의 10%를 전화 통화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니슨의 전화통화 연기는 영화 ‘논스톱’에서 극에 달합니다. 2014년 영화 ‘논스톱’에서는 아예 비행기 안에서도 전화기를 사용합니다. 항공기 내 휴대폰 사용이 허가된 이후이기 때문에 납치된 비행기 안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건을 해결하는 주요 도구로 쓰이죠.

7초에 한 번 꼴로 전화기가 등장하고 영화 전체 러닝타임 1시간 45분 중 14분 이상을 전화 통화에 할애합니다. 문자 메시지도 16건이나 보내고 있고요.

영화 감독들은 요즘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전화기가 생활에 너무 가까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품이 됐는데, 전화기 등장 씬을 얼마나 가져갈 지 골치라는 것이죠. 스마트폰의 편리함 때문에 주인공들이 겪을 수 있는 ‘역경’도 극히 줄어들었고요.

하지만 요즘 헐리우드에선 “팬들이 보고싶은 건 니슨이 전화통 붙잡고 씨름하는 게 아니라 화려한 액션 연기”라는 불만도 솔솔 새어나오고 있답니다. destinybr@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