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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미국서 소득격차 가장 큰 '극단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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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기 뉴욕 특파원) “맨해튼이 ‘극단의 섬’(island of extremes)이 되고 있다.”

무슨 말일까요? 뉴욕 맨해튼에서 살고 있는 뉴요커들의 소득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자본주의 심장부로 불리는 맨해튼에는 전 세계 상위 1%에 해당하는 최상류층에서부터 중남미 불법이민자들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의 펀드매니저들이 연말보너스로 수백만달러를 받는 반면 시간당 7달러의 최저임금을 받는 극빈층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발표된 미국 통계국 자료를 보면 맨해튼의 상위 5%의 연평균 가구 소득은 86만4394달러로 하위 20%의 8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에서 소득 격차가 가장 큰 지역으로 꼽혔습니다.

뉴욕시 전체로는 중간 가구소득이 연 5만2223달러로 전년도인 2012년의 5만1640달러에서 1.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5만5307달러보다도 적어 아직 경기회복의 온기가 실제 소득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종별 소득분포입니다. 백인의 중간소득이 7만5145달러로 가장 높았고,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히스패닉이 3만6196달러로 가장 낮았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상류 뉴요커는 대부분 헤지펀드와 투자은행(IB) 등에서 일하는 금융산업 종사자들이라며 분석했습니다.

경기회복의 혜택이 소득상위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은 빈곤율에도 드러납니다. 이번 조사결과 뉴욕시 인구 5명중 1명꼴인 21%, 170만명이 빈곤선 아래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 빈곤율 평균인 14.5%를 훨씬 웃돌았습니다. 미국의 빈곤율은 1인 가구소득이 연 1만1170달러, 4인 가구소득이 연 2만3050달러를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NYT는 경기침체가 공식적으로 끝났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빈곤층의 소득은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에 사는 저소득층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살인적인 주택임대료입니다. 이번 조사결과 뉴욕 인구의 약 45%가 소득의 35%를 주택관련 지출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뉴욕 최대 부동산업체인 더글러스 엘리만에 따르면 맨해튼의 평균 아파트 임대료는 지난 4월 기준 월 4000달러로 지난해보다 5% 가량 올랐습니다. 흑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할렘지역도 월 렌트비가 2528달러로 지난해보다 무려 13.7%나 증가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