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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는 시계인가? IT기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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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리 IT과학부) “스마트 워치가 시계라고 생각하세요? 아닙니다. 시계가 아닌 IT 기기입니다.”(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부사장), 9월3일 IFA 기자간담회)

“G워치R은 스마트 기기라기보다는 ‘리얼 워치(진짜 시계)’입니다.”(LG전자 관계자, IFA 현장)

“우리는 세계 최고의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9월9일 애플 신제품 공개 행사)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이 잇따라 스마트 워치를 공개한 가운데 각 사의 마케팅 전략이 달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화두는 “스마트 워치가 시계인가, 정보기술(IT) 기기인가"입니다.

맨 처음 질문을 던진 주인공은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입니다. 이 부사장은 스마트 워치가 “기기”라고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작년 가을부터 1년여 간 ‘갤럭시기어’와 ‘기어2’ ‘기어2네오’ ‘기어핏’ ‘기어라이브’ ‘기어S’ 등 총 6종의 스마트 워치를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혁신 트라우마’가 있는 삼성전자로선 신세계를 개척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겁니다. 때문에 스마트 워치를 시계라기보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전자기기로 규정하고 있는 겁니다.

반면 LG전자는 “진짜 시계”라고 했습니다. 이는 LG전자 스마트 워치 제품의 디자인과 관련이 깊습니다. ‘G워치R’은 몸체와 시곗줄에 고급 시계에 사용하는 메탈(금속)과 천연가죽을 썼습니다. 진짜 시계와 비슷하게 만든 겁니다. 스마트 기기에 열광하는 소비자보다 일반 시계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아 시장을 넓히겠다는 전략이 엿보입니다.

애플은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애플워치’를 “세계 최고의 시계”라고 강조했습니다. 애플워치를 발표하기 며칠 전 전통적인 시계 강국인 스위스의 시계 산업계를 상대로 싸움을 걸기도 했습니다.

애플 디자인을 총괄하는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은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애플워치가 나오면) 스위스 시계 산업은 곤경에 처하게 할 것(Switzerland is in trouble)"이라고 말했습니다. 롤렉스 등 아날로그 시계업체들을 경쟁 상대로 삼은 겁니다.

애플의 노골적인 공세에 스위스 시계업체들은 발끈했습니다.

프랑스 루이뷔통의 고급 시계 사업부를 총괄하는 장 클로드 비베 부문장은 독일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워치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스마트 워치들과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명품에만 있는 희귀성, 고급스러움 등이 없다”고 혹평했습니다. 닉 하이에크 스와치 CEO도 “(애플워치의 파급 효과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애플의 전형적인 마케팅 기법이기도 합니다. 애플은 1984년 매킨토시를 공개할 때도 당시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IBM을 향해 선전 포고를 하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세계 IT 공룡들이 승부수를 던지자 스마트 워치 시장의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뜨거운 열기가 소비자들한테까지 전달됐는지는 의문입니다. 아직까지 IT 담당 기자인 저에게 “어떤 스마트 워치를 사면 좋을까”라고 물어보는 이는 없었습니다. ‘스마트폰 이후’를 고민하는 ‘그들(IT업체들)만의 경쟁'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애플워치 또는 기어 시리즈, G워치 시리즈가 결혼 예물 후보에 오르는 시대가 과연 올까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