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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6 내일 새벽 2시 발표… 애플 행사 3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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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IT과학부 기자) 수많은 IT 관계자들이 모니터 앞에 앉아 밤을 새우는 ‘그날’이 왔습니다. 애플 신제품 행사일입니다. 10일 오전 2시에 애플 홈페이지(www.apple.com)에서 생중계를 시작합니다. 9일 현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행사 시작까지 몇 시간 몇 분 몇 초가 남았는지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습니다. 타이머 밑에는 애플답게 하얀 바탕에, 심플한 글씨체로 ‘생중계는 바로 여기서 진행됩니다. 그리고 더 많은 것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매년 9월 열리는 애플 신제품 발표 행사는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보기 드문 행사입니다. 애플 팬과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IT와 관계없는 일을 하는 일반인까지 이 행사에 대해 얘기할 정도니까요. 인터넷 상에도 ‘이번에 나오는 새 아이폰은 어떤 사양이라더라’ ‘한 협력업체에서 유출된 도면은 이렇다’는 등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한 IT기업이 여는 행사가 이 정도로 눈길을 받는 예는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기업과 제품에 대한 철학,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프리젠테이션 스타일과 행사 진행 노하우가 남아 통상 ‘너드(Nerd·기술에만 관심있는 괴짜)’들만 관심 있어할 제품 발표 행사를 한 편의 멋진 브로드웨이 쇼처럼 만든 겁니다.

이번에는 특히 주목할 만한 행사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매킨토시의 서른 살 생일입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행사장도 맥을 처음 공개했던 쿠퍼티노 플린트 센터로 잡았습니다. 상징성이 뚜렷한 만큼, 애플이 행사 내용에도 각별히 ‘힘을 주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첫 웨어러블 기기, ‘아이워치’ 공개가 함께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큽니다. 애플의 웨어러블 분야 첫 시도지만, 워낙 디자인에 강한 기업이어서 스위스 시계업체들이 벌벌 떠는(③ 참고) 제품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컴퓨터 앞을 지키고 있어도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행사가 될 전망입니다. 이번 행사를 아우르는 3가지 키워드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1) 플린트 센터 (Flint Center)

올해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플린트 센터입니다. 이 지역 대학인 디 앤자(De Anza) 칼리지 내에 있는 건물인데요, 30년 전인 1984년 1월24일 스티브 잡스가 바로 이곳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최초의 맥을 공개했습니다.

애플은 2011년부터 매년 9월 샌프란시스코의 예르바 부에나 센터 등 쿠퍼티노 본사 혹은 그 인근에서 아이폰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었지만 플린트 센터로 돌아가 행사를 여는 것은 맥 공개 이후 처음입니다. 그만큼 이번 행사는 상징적이고, 애플도 이를 의식해 볼거리를 풍부하게 내놓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플린트 센터는 규모도 평소 행사가 열리던 장소보다 2~3배 큽니다. 플린트 센터의 정확한 명칭은 공연 예술을 위한 플린트 센터(Flint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입니다. 수용 인원이 2405명에 달합니다. 공연을 위한 장소인 만큼 거대한 스테이지에 오케스트라 피트, 발코니 석까지 갖췄습니다. 아이폰5를 발표했던 샌프란시스코의 예르바 부에나 센터는 757석에 불과했습니다. 쿠퍼티노 애플 사옥 강당도 1000여석입니다.

디 앤자 칼리지는 홈페이지(www.deanza.edu)에 “디 앤자 칼리지는 플린트 센터에서 행사를 여는 애플을 환영합니다(De Anza College Welcomes Apple to the Flint Center on Campus )”는 환영 문구를 써 놓았습니다. 바로 밑에는 “아직 등록 늦지 않았다”라는 문구와 함께 ‘열린 강좌 보기’ ‘등록하기’ ‘개강은 9월22일부터’ 등의 버튼이 눈에 띄네요.

(2) 대화면 (a Larger Screen)

이번에 애플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 신제품은 4.7인치, 5.5인치입니다. 두 가지 사이즈로 구분돼 출시될 예정이라는 건데요, 최근 삼성전자에서 공개한 갤럭시노트4가 5.7인치니 공개될 아이폰6는 노트 제품에 맞먹는 크기인 셈입니다.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은 그동안 서로의 장점을 벤치마크해 왔습니다. 이번 애플이 대화면 아이폰을 출시한다면 ‘패블릿(폰+태블릿·대화면 스마트폰을 일컫는 말)’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 돼 애플-안드로이드 진영 전쟁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 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성장시장으로 간주돼 오던 태블릿 시장은 지난 7월 처음으로 포화 조짐을 보였습니다. 지난 7월 미국 시장조사기관 NPD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분기별 태블릿PC 판매량이 처음으로 감소한 겁니다. 올 1분기 전 세계 태블릿PC 출하량은 5600만대였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5900만대) 대비 300만대 줄어든 수치였습니다.

유력한 이유로 소형 태블릿 출하 감소가 꼽혔습니다. 아이패드 미니로 대표되는 7~8인치 소형 태블릿PC는 지난해 태블릿PC 시장의 58%를 차지할 정도로 주력 제품이었는데 최근 5인치 이상 대화면을 장착한 패블릿에 밀려 소비자 외면을 받았다는 겁니다.

이번에 아이폰6가 애플 버전 패블릿으로 출시된다면 이 같은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그간 애플은 패블릿 시장을 외면해 왔습니다. 하지만 갤럭시 노트 라인업의 성공과 소비자 수요 변화의 추세를 보고 마음을 돌린 것이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행사를 수 시간 앞두고 인터넷에는 대화면 아이폰6의 유출 도면이라는 그림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3) 아이워치 (Apple’s New Wearable Device)

드디어 베일에 가려졌던 애플의 웨어러블 기기가 나올까요. 애플의 첫 웨어러블 제품도 이번 행사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이른바 ‘아이워치’라 불리는 기기입니다. 몇 개월 전부터 출시설이 돈 이 웨어러블 기기는 모양, 스펙 등 제대로 알려진 것이 무엇 하나 없는 데도 늘 IT업계에서 화제의 중심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1년간 무수한 웨어러블 기기가 쏟아지며 문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를 열었지만 진짜 손목에 차고 싶은 미려한 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비평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애플이라면 제대로 된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을 것이란 IT업계의 기대가 확산돼 있습니다.

애플은 늘 그렇듯 웨어러블 기기 출시 소식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이번 행사에 맞춰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입니다. 애플은 최근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로 평가받는 마크 뉴슨을 영입했습니다. 또 최근 애플의 디자인 총괄 부사장인 조너선 아이브가 아이워치 얘기를 하며 “스위스는 이제 큰일났다(Switzerland is in trouble)”고 말했다고 합니다. 시계 산업으로 유명한 스위스가 놀랄 정도로 디자인과 상용성에 자신 있음을 내비친 겁니다.

이번 행사에 애플은 기존 종합·IT매체 외에도 패션지를 대거 초청했습니다. 패션지 비중이 거의 절반에 이른다고 하니 이 또한 웨어러블 기기의 출시 임박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그동안 웨어러블 기기는 패션보다는 기술에 방점이 찍힌 제품이 많았다”며 “(패션지를 대거 초청한 것을 보니) 애플은 웨어러블 디자인에 있어서도 자랑하고 싶은 부분이 꽤 많은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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