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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림사 "SNS 전문가를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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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국제부 기자) 1500년을 이어온 쿵푸의 본거지 ‘소림사’가 소셜미디어 전문가 영입에 나섰습니다. 달마 대사를 비롯한 수천 명의 승려가 소림사를 거쳐가면서 쌓은 ‘수행의 노하우’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목적인데요. 지원 자격은 트위터, 웨이보 등 각종 소셜미디어를 잘 알고, 만다린과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소림사는 이미 최고경영자(CEO)들을 위한 초호화 명상 및 무술 체험 코스로 유명합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기업가협회(CEC) 회원들은 한 달쯤 전 소림사에서 ‘기업가의 명상과 자기개발’이라는 컨퍼런스를 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800명의 외국인 CEO가 산꼭대기의 소림사를 다녀갔습니다. 소림사에서 2주 간 머물렀던 그리스 기업인은 “비즈니스를 잘 하려면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하고, 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며 “쿵푸를 배우며 물처럼 흐르는 듯한 자세를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림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팀은 이같은 명상 프로그램을 적극 홍보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비용은 2주 코스를 기준으로 800~1만 달러라고 하니, 경영학석사(MBA) 프로그램보다는 훨씬 저렴합니다.

사실 소림사와 인터넷의 인연은 매우 오래 전에 시작됐습니다. 1995년 중국 정보업계의 개척자로 불리는 장수신이 중국 최초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설립한 이듬해 소림사가 도메인을 신청했습니다. 당시는 알리바바가 없던 시절이었고,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인터넷 회사 하이보네트워크를 창업했을 때입니다.

평상시에 소림사 공식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것도 소림사의 무술 스님들입니다. 2001년 소림사 공식 사이트가 정식 운영된지 3년 후 소림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으로 금강지(金剛指), 하마공(蛤蟆功), 점혈대법(點穴大法) 등 전설 속의 무술비법을 공개했죠.

2008년에는 소림사 산하의 자회사 ‘소림환시디유한공사’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 입점, 법복과 참선 수행용 신발, 향을 비롯해 소림사 마크가 찍힌 티셔츠 등 기념품을 판매했습니다. 그 중 중화서국출판사가 특별 출판한 ‘소림무공의종비적(少林武功醫宗秘籍)’은 무려 9999위안(약 163만원)에 판매돼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았고요.

또 2012년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웨이보와 텐센트웨이보를 개설해 네티즌과 소통하고 있죠. 현재 소림사가 보유한 팔로워는 15만명을 넘습니다. 소림사 주지 스융신은 구글과 애플 본사, 스탠퍼드대학을 방문하기도 했고, 소림사가 개발한 쿵푸 모바일 게임까지 출시했습니다.

소림사가 상업화 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소림사는 MBA 출신 승려를 최초로 영입한 데 이어 승려들에게 명확한 직책을 부여하면서 대기업처럼 꾸려가고 있습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1500년의 역사와 전통은 2000년대 들어 많이 개방됐습니다.

소림사의 한 승려는 “1980년대 먹을 것조차 별로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썰렁했던 소림사가 이제 중국 ‘문화 경제’의 핵심이 됐다”며 “그러나 일반인과 관광객을 상대하면서 참된 도를 수련해야 하는 소림사와 승려들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