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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충돌...안 풀리는 하나-외환은행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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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신 금융부 기자) 자회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추진 중인 하나금융그룹의 계획이 잘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통합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협상테이블에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노조 설득이 우선이라던 하나금융도 이제는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3일) 예정된 외환은행 노조의 임시조합원 총회를 계기로 노사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외환은행 노조는 3일 임시조합원 총회를 열고 총파업 찬반투표와 조기통합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합니다. 노사 양측 모두 투표에서 통합 찬성이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은 노조가 이를 진행하는 것은 투쟁동력을 다시 한 번 확대하는 차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영업점을 비워 두고 모이는 것이어서 은행 이용자들의 불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조합원 총회는 전국 조합원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번 총회에는 전체 조합원 6000명 중 약 3000~4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은 이를 사실상의 파업으로 보고 강력 대응할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필요성 및 긴급성 없는 조합원 총회 개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위법임을 통지했음에도 참석한 직원들을 규정에 따라 징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외환은행 인사부의 입장입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조합과 조합원에 피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인사조치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노조가 협상장으로 나오길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던 하나금융은 노조가 협상장에 나오기는 커녕 사실상의 파업을 하자 노조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연내 통합을 못박은 터라 시간이 없는 상황입니다. 추석이 지나서도 노조와 합의가 안되면 김정태 회장이 직접 나선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김 회장이 직접 나선 후에도 노조가 협상테이블에 나서지 않으면 노조를 배제한 채 통합을 추진할 태세입니다. 하나금융은 노조와 합의 없이도 통합이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받아놓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열쇠는 승인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미 금융위는 “노조 합의 없는 승인 신청은 심사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노조를 설득하려 노력한 점과 경제살리기 노력을 금융당국이 인정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작업이 어떻게 흘러갈 지 지켜볼 일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1(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