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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사들 '중년의 위기'에...열정 식고 불만 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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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중년의 위기를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에서 의사의 지위를 이렇게 빗댔습니다. 지난 40년간 누려오던 입지에 변화가 생겼다는 얘기지요.

1900년대 중반만 해도 어느 국가에서나 그랬듯이 미국에서 의사는 든든한 기둥 같은 존재였다고 합니다. 머리가 좋고 보람된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인식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돈을 버는 하나의 직업이라는 생각이 많아진 겁니다.

의사들의 직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친구나 가족 중에 의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말릴 정도라네요. 미국 내 의사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약 6% 정도만 의사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고 합니다.

의사 대부분이 각종 서류 작업 때문에 환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 못하며, 앞으로 3년 안에 진료하는 환자 수를 줄이거나 아예 의사 일을 관두고 싶다고 했다네요.

의사들이 꼽는 가장 회의적인 모습은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불필요한 검사들이라고 합니다. 복잡한 검사가 필요 없는 환자에게도 온갖 검사를 추천해 낭비적인 행위를 일으킨다는 것이죠. 병원의 수입원과도 무관하지 않은 일입니다.

1900년대 중반 의학 기술이 빠르게 발전되던 시기에는 의사들이 진료시간과 진료비를 스스로 책정했죠. 물론 의사에 대한 평가도 우호적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암, 에이즈 등 새로운 질환이 나타나고 의사를 필요로 하는 검사와 진료는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의사 소득도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의사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인식도 커졌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도 의사를 일반인과 똑같이 나약하거나 오류 투성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아졌죠.

역설적이게 의사들이 직업 의식이 약화된 원인 중의 하나는 소득이라고 합니다. 환자 수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늘었는 데도 소득은 그만큼 증가하지 못했단 것이죠. 복지 시스템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복지 시스템 등으로 인해 의사들의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은 점도 의사들이 불만을 갖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미국에는 20개 의학전문대학원(의대)이 있습니다. 미국 의대는 4년제이며, 의대에 입학하려면 먼저 4년제 일반 대학을 졸업해야 하므로 고교 졸업 후에 모두 8년을 공부해야 합니다. 현재 미국 의사 네 명 중 한 명은 외국 의대 졸업자고요.

과중한 업무와 대중들의 인식 변화, 소득 수준에 대한 불만이 미국 의사들의 자부심을 떨어뜨린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소득으로만 보면 여전히 매력적인 것은 맞습니다.

지난달 미국 취업정보사이트 ‘커리어캐스트닷컴’이 발표한 올해의 10대 고소득 직업군에 따르면 올해 가장 연봉이 높은 직업은 외과 의사라고 나타났습니다. 외과의사의 평균 연봉은 23만3150달러(약 2억3600만원)라고 하지요. 외과의사에 뒤이어 내과의사, 정신과의사, 치열교정의사, 치과의사, 약사, 족부 전문의도 10대 고소득 직종에 올랐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훌륭한 의료 성과를 홍보하거나 환자 만족도에 따라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의사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단순히 소득만을 바라보기보다는 환자와 교감, 성취감 등에 더 집중하면 과거 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자부심이 커지지 않을까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