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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지금 '10대 영웅'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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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국제부 기자) 실리콘밸리에서 '제 2의 닉 댈로이시오'를 찾고 있습니다. 닉 댈로이시오는 지난해 뉴스 수집 앱 '섬리(Summly)’를 개발해 하룻밤 새 백만장자가 된 18세 영국 소년. 야후가 3000만 달러(약 304억원)에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됐죠.

댈로이시오는 당시 컴퓨터에 푹 빠져 사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영웅 같은 존재로 떠올랐습니다.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아마 “컴퓨터 좀 그만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도 줄어들었을 게 분명합니다.

닉 댈로이시오는 실리콘밸리도 변화시켰습니다. ‘섬리’ 성공 이후 애플 구글 등은 ‘10대 영재 모시기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과 구글이 자사 운영체제 기반의 앱 개발에 10대 영재들의 두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애플은 2012년부터 개발자회의(WWDC) 참가 연령을 18세에서 13세로 확 낮췄습니다. 이들을 위해 1600달러에 달하는 등록비를 면제해주는 장학금 제도도 마련했습니다. 올해 개발자 회의에서 장학금을 받은 200명 중 절반은 10대 청소년이었다고 합니다.

구글도 지난 6월 개최한 개발자회의(구글 I/O)에 청소년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11~15세 청소년 200명에게 자사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기본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구글보다 먼저 ‘영재 모시기’를 시작한 애플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애플 장학금을 받은 그랜트 굿맨(14)은 애플의 웨어러블 기기인 ‘구글 글래스’에 배터리 잔량을 표시해주는 앱을 개발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미 그가 개발한 두 개의 앱이 앱스토어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단, 18세 이하 청소년은 앱을 본인 명의로 등록할 수 없어 부모님 명의 등을 빌려 쓴다고 하네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도 개발자의 신용카드 계좌를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이름은 앱스토어에서 찾아볼 수 없죠.

“컴퓨터 좀 한다”고 하는 청소년 사이에서 개발자회의가 입소문을 타면서 성별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독학으로 아이폰 앱 개발법을 익혔다는 아흐메드 파티(15)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운전자를 위해 트위터 글을 읽어주는 ‘트위더(Tweader)’를 개발했습니다.

애플 관계자들은 “유튜브 동영상만 보고 프로그램 개발법을 익혀 이같은 결과물을 냈다는 걸 믿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성 참가자의 수도 늘고 있고, 영재들끼리 모여 협업할 수 있는 기회도 점차 늘고 있다고 합니다.

10대 청소년들이 이렇듯 애플과 구글 개발자회의에 몰려드는 이유는 뭘까요? 그들의 대답은 “백만장자가 되기 위해서”도 “제2의 저커버그가 되고 싶어서”도 아니었습니다. 한 10대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은 ‘넌 대체 맨날 뭘 하고 있는 거냐’고 묻기 일쑤고, 친구들은 ‘넌 제 정신이 아니야’라고 말했죠. 여기 오니 모두가 ‘기술(technology)’에 대해서만 이야기 합니다. 천국이 따로 없네요.” / destinybr@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