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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명함정리 앱 '리멤버' 써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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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IT과학부 기자) 명함 정리, 잘 하고 계신가요? 이것 만큼 짜증나는 일도 없을 겁니다. 받을 때마다 꼬박꼬박 연락처를 저장하는 습관이 있으면 좋겠지만 미뤘다가 한번에 정리하기 일쑤입니다. 그나마 정리가 되면 다행입니다. 수십, 수백장씩 쌓인 명함 ‘뭉터기’를 들여다보며 한숨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명함 정리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들이 출시됐습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명함’이라는 키워드로만 검색해도 ‘캠카드’ ‘에이카드’ ‘비즈리더 명함스캐너’ 등 여러 앱들이 나옵니다.

기존에 나온 앱들은 대부분 스마트폰 카메라로 명함을 찍어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사진으로 찍은 명함을 관리하는 앱도 있고, 찍힌 명함의 글자를 인식해 자동으로 △이름 △소속 △전화번호 등을 분류해 주는 앱도 있습니다. 조금 더 편리해졌을 뿐,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한 장씩 정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앱 ‘리멤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무려 ‘정리 대행’을 해주는 겁니다. 도저히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인 명함들을 한꺼번에 상자에 넣어 택배로 보내면 5영업일 내에 전부 정리해 리스트로 만들어 준다고 홍보 중입니다. (일단 명함을 한꺼번에 정리한 뒤에는 다른 앱들처럼 한 장씩 본인이 카메라로 찍어 등록할 수 있습니다.) 편하다는 주변의 평가가 잇따르기에 써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난달 21일 리멤버 홈페이지(www.rememberapp.co.kr)에 가서 ‘명함 정리대행’ 서비스를 클릭하니 ‘직접 택배 발송 신청서 작성’과 ‘방문 수거 서비스 신청서 작성’ 가운데 선택을 하라고 나왔습니다. 강남구 서초구 중구 여의도 판교 등에서는 방문 수거도 하고 있다는데, 사는 곳이 송파구여서 방문 수거 대상자는 아니었습니다. 직접 택배 발송을 골랐습니다.

그러자 △이름 △이메일 △휴대폰 번호 △결제방식 선택 △주소 △처리 요청 명함 수 △스마트폰 기종을 적으라고 나왔습니다. 처리 요청 명함 수는 500장 이하, 500~1000장 등의 분류를 고르도록 돼 있었습니다. ‘대략적인 수치만 선택해 주면 된다’고 씌어 있지만 명함 뭉치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가늠이 안 됐습니다. 어림짐작으로 500장을 골랐습니다.

접수를 하자 ‘빠른 시일 내에 사무실(서울시 강남구 역삼로 180 마루180 2층 12호)로 보내달라’는 문자가 바로 날아왔습니다. 마루180은 아산나눔재단이 벤처기업이 입주할 수 있게끔 만든 창업지원공간입니다. 리멤버를 서비스하는 ‘드라마앤컴퍼니’도 벤처기업입니다. 이 빌딩에 입주해 있습니다. 며칠 뒤 우체국을 통해 택배를 보내자 접수 시점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난달 28일 ‘명함이 정상적으로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그때부터 명함이 리멤버 앱에 차례로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명함 정리는 리멤버가 고용한 타이피스트들이 직접 손으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하루에 수백 장씩 업데이트가 이뤄졌습니다. 지난 4일, ‘김보영님이 처리를 의뢰하신 명함은 총 932장이며 작업 완료·택배 발송 후 다시 안내를 하겠다’는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대충 넘겨짚었던 500장보다 두 배는 많았던 셈입니다. 거의 1000장에 달하는 이 명함을 일일이 엑셀 파일에 일일이 정리하려고 생각했다니 아찔했습니다.

이어 6일에는 ‘택배 발송이 완료됐다’며 운송장 번호를 적은 문자가 왔습니다. 이와 함께 ‘명함 입력이 모두 완료됐다’는 안내 문자가 왔습니다. 아무리 날을 잡아서 하려 해도 수포로 돌아갔던 명함 정리를 전문가(?)들이 순식간에 해치워 준 겁니다. 며칠 후, 보냈던 상자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열어 보니 정리가 끝난 명함들이 수백 장 단위로 고무줄에 곱게 묶여 있었습니다.

이제 리멤버 앱을 열면 그동안 받은 모든 명함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정리된 연락처 리스트는 리멤버 앱 내에서 확인할 수도 있고, 엑셀 파일로 내보내거나 구글 주소록과 연동할 수도 있습니다. 수년간 앓던 이가 빠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허망한 기분도 듭니다. 이렇게 간단히 끝나는 일이었는데, 왜 그동안 스트레스에 시달렸을까 하고요.

저처럼 이 서비스에 ‘감명받은’ 이들이 많은가 봅니다. 홈페이지에 가면 다른 벤처기업 이용자들이 남긴 후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읽어 봤는데 호평 일색입니다.

“명함을 정리하는 습관이 없어 정작 필요한 순간이 올 때 이전에 받아놓은 명함이 도움된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리멤버 사용하면서 그런 고민이 싹 사라졌다. 모아서 택배로 보내기만 하면 앱으로 모두 정리되어 들어오고 핸드폰 주소록에 저장해놓지 않아도 전화가 걸려오면 저장된 분의 성함과 명함 이미지가 함께 뜨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다.” (나제원 요기요 대표)

“사진만 찍어 올리면 알아서 입력을 해주고, 동시에 구글주소록 계정과도 연동되어 회사 업무 시 매우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또한 카카오톡에 저장되는 사적 인맥과 구분하여 비즈니스 인맥을 따로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세심한 배려 또한 너무 마음에 드는 서비스이다.” (이혜민 눔코리아 대표)

이용자들의 찬사를 바탕으로 리멤버는 최근 주목받는 벤처기업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누구나 가렵지만 손이 안 닿던 부분을 긁어 준 서비스라고 해야 할까요.

문제는 사업모델(BM)입니다. 리멤버가 단순 명함 정리 비서 역할을 넘어, 인사이트가 있고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는 벤처기업이 되려면 뭔가 ‘그 이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뭐냐는 겁니다.

이용자들이 보낸 명함 정보를 활용하면 ‘금맥’이라고요? 그건 개인정보 도용입니다. 분명히 명함정리를 통해 핵심 인맥 정보를 다루는 건 맞는데, 남의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열람하거나 활용할 수 없어 응용에 제한이 걸립니다. 이미 타이피스트들이 수기로 입력하는 방식에서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드라마앤컴퍼니도 그게 고민이라고 합니다. 개인정보 이슈를 잘못 건드렸다가 벌집을 건드린 꼴이 될까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한 장의 명함을 한 타이피스트가 입력하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 보호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름은 이 타이피스트, 전화번호는 저 타이피스트 등으로 나눠서 입력하게끔 한다는 겁니다.

업계에 따르면 드라마앤컴퍼니는 향후 글로벌 인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트인’처럼 지인 기반 소개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A가 B와 C를 동시에 아는데, B와 C가 서로를 모르지만 만났을 때 시너지가 날 것 같으면 리멤버를 통해 서로의 정보를 알 수 있게끔 한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동의는 당연히 거치고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는 미정입니다.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현명한 사업 모델을 찾아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네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