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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모스버거가 맥도날드를 제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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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진심을 담은 버거를 팝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일본의 모스버거. 수제 버거로 유명한 모스버거는 일본에서 맥도날드를 제치고 1위 버거업체로 자리잡았습니다.

가게를 얻을 돈이 없어 야채가게 창고의 한 귀퉁이에서 장사를 시작한 창업자 사쿠라다 사토시는 오직 맛과 정성으로 승부를 걸어 모스버거를 지금 위치에 올려놨습니다. “배부른 상태에서 먹어도 맛있다고 느껴지는 제품이 정말 맛있는 음식”이라는 말로도 유명합니다.

유학생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던 모스버거가 2012년 강남에 처음 매장을 냈을 때도 큰 화제가 됐죠.

그런 모스버거가 일본에서 또 한번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다이렉트 마케팅’을 시작한 겁니다. 경영진과 실무자들이 일본 전국을 돌면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제품 개발과 점포 운영에 반영키로 한 것입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모스버거가 너무 공급자 중심적인 사고로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진 게 이유가 됐다고 합니다.

최근 모스버거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전국 순회 일정 중 첫번째 모임이 진행됐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폭설로 식재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시기에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인기가 없어서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제품을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가능한 많은 신용카드 회사와 제휴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지 않는가’ 등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모스버거는 여기서 나온 얘기들을 꼼꼼하게 체크해 실무에 반영키로 했습니다. 모스버거는 앞으로 15년간 이 전국 순회를 계속한다고 밝혔는데요. 회사 내부적으로도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선점을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소비자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 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하네요.

실제로도 작지만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미팅에서 한 소비자가 버거에 고기 대신 튀김 모양의 옥수수를 넣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거든요. 모스버거는 그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5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매장 오픈 시간도 달라졌습니다. 모스버거는 오전 10시에 매장을 열어왔습니다. 하지만 미팅에 참석한 소비자들 중에서 “주말에 아이들과 소풍을 나가기 전에 버거를 먹고 싶었는데, 모스버거는 문을 열지 않아 맥도날드를 먹었다”, “생활 패턴이 점점 아침형으로 바뀌고 있는데 모스버거의 오픈 시간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는 지적이 나오자 올 들어 각 지역 매장의 오픈 시간을 오전 7시로 앞당겼습니다.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녁형에서 아침형으로 생활 스타일을 바꾼 사람들이 많아졌거든요. 소비세 인상 등으로 각 기업의 매출이 줄었지만 이같은 오픈 시간 조정으로 모스버거의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합니다.

1년에 12개 도시 순회를 계획하고 있어 경영진의 준비와 숙박비, 참가자 모집 등 각종 경비가 꽤 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이렉트 마케팅의 효과의 의미를 감안할 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게 모스버거의 판단이라고 하네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런 모습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고객 목소리를 중시해야 한다는 기업은 많다. 하지만 목소리를 듣고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 실제로 적용하는 기업은 생각처럼 많지 않다. 모스버거는 소비자를 소중하게 여기는 기업의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