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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유도질문 해도 안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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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기자: 정부가 세금 인상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한다는데 시장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원순 시장: (웃음) 유도질문 해도 안 넘어가.

기자: 어쨌든 돈 들어오면 서울시도 좋은 것 아닌가요?

박 시장: 내가 좋다고 하면, (세금인상) 찬성한다고 기사 나오겠지? (웃음)

기자: 당에서도 세금인상 놓고 우려가 많은 데요.

박 시장: 잘 몰라. 예전 같았으면 내가 얘기했겠지만, 이젠 나도 안 넘어간다니까. (웃음)

기자: ...

박 시장: 지방 재정이 참 어렵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시청 2층 브리핑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기자가 나눈 대화입니다. 이날 박 시장과 시 출입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수박 파티가 열렸습니다.

전날(19일) 안전행정부는 주민세를 두 배 이상 올리는 등 세금인상을 통해 지방 재정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재정 지원을 계속 요청해온 서울시의 입장이 궁금했죠. 박 시장을 만나 정부의 방침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기자의 잇단 질문에도 박 시장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는 “유도질문에 넘어가지 않겠다”라며 웃음과 함께 대답을 피했죠. 솔직히 말하면 기자가 일부러 민감한 질문을 던진 것이었습니다. 정부와 여당에서 세금 인상에 따른 조세 저항을 우려하고 있는 와중에 박 시장이 세금 인상에 찬성한다고 해도 기사고, 반대한다고 해도 기사거리가 되기 때문이죠.

예상대로 박 시장은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지방 재정이 참 어렵다”는 한 마디만 남겼죠.

박 시장은 2011년 10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직후만 해도 솔직한 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했다가 언론에 크게 보도됐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죠. 그동안 시민단체 활동가로만 일하다가 본격적으로 공직에 입문하면서 겪은 성장통이라고나 할까요.

이랬던 박 시장이 달라졌습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질문해도 요지부동입니다. 웃음과 함께 화제를 자연스럽게 돌리기도 하죠. 서울시에 대한 비판기사를 쓴 기자들에게도 능청스럽게 대하기까지 합니다.

20일에도 박 시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출입기자가 너무 서울시 비판하는 것 아냐? 어떻게 하면 기사를 안 쓸 수 있을지 고민 좀 해야겠어. (강 기자) 와이프를 움직여 볼까.”

아무래도 박 시장이 정치인이 다 된 듯합니다. 기자의 입장에선 아쉽기만 합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박 시장이 솔직하게 얘기해야만 기사가 되니까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