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외국기업 단 하나도 없는 부산국제금융센터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부산=김태현 지식사회부 기자) 22일 오전 부산 남구 문현동의 문현금융단지. 국내 최대의 업무용 건물인 63층짜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준공식이 열려 입주 공공기관들이 자신들의 거주할 건물을 방문했지만 해외 금융기관은 단 한 곳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문현금융단지 내 부산은행과 기술보증기금 등 이미 입주해 있는 건물에는 ‘아시아 금융중심지’‘세계의 금융미래’ 등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지난 3~4년 동안 수십 차례 열린 세미나에서 부산 국제금융도시를 이루기 위해서는 외국 금융기관과 금융 전문가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금융 비즈니스의 거점’을 지향했던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 분양을 맡은 시행사 부산파이낸스센터 피에프브이의 목표가 출발부터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 년 동안의 유치기간이 있었지만 하드웨어만 갖추게 됐지, 국제금융을 취급하는 외국인 금융 전문가와 회사를 찾아볼 수 없고, 들어오겠다는 소문도 없기 때문입니다.

63층짜리 건물 이름에서 '국제'를 빼고 ‘부산금융센터’라고 불러야 할 판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부산시가 ‘국제금융도시 부산’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만든 금융산업과, 부산국제금융도시추진센터, 시행사도 있지만 외국 금융기관 단 한 곳도 유치 못했다는 생각에 준공식 내내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시는 뒤늦게 이 건물의 알짜배기 층인 63층이 팔리지 않자 이곳에 국제금융기구를 유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새롭게 추진하는 금융 관련 국제기구 가운데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곳을 중심으로 유치 활동을 전개하고, 국제기구가 여의치 않으면 해양 관련 외국 금융기관을 유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분양을 하고 있는 부산파이낸스센터 피에프브이는 분양의 중단한 채 국제금융기구를 유치할 때까지 63층을 빈 곳으로 남겨놓고 새 주인을 기다려야 할 처리에 놓였습니다.

이전하는 금융 공공기관 대부분도 본사 기능의 일부를 시장 기능이 원활하고 자본이 집중된 서울에 남겨두고 두집살이를 해 시장 기능을 제대로 해낼지 우려됩니다. 가족과 함께 이주해오는 공공기관 직원들도 전체 직원의 20%에도 못미쳤습니다.

부산에 정착한 한국거래소의 예에서 보듯이 임직원이 서울과 부산 본사를 오가며 기능을 분산해 본사 이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산업은 철저히 시장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당장 부산에 시장 기능을 강화하고 자본 집중도를 높이는 것은 역부족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산시 차원에서 입주 금융기관에 과감한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주거 등 정주 여건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도 금융업계의 지적입니다.

문현금융단지 주변환경 정화도 시급한 과제입니다.부산국제금융센터 바로 앞을 흐르는 동천의 악취도 국제금융단지라는 말을 무색케 합니다. 부산의 랜드마크라고 자랑하는 부산국제금융센터가 완공됐는 데도 바로 앞에는 더럽고 악취가 풍기는 동천이 떡 버티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인 만큼 2~3개월 전부터 집중적으로 악취를 없애고 오물을 제거하는 작업 덕택에 이날 행사 때는 보통 때보다 악취가 줄었습니다. 하지만 하천 개선은 미봉책에 그쳤을 뿐 근원적인 처방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시와 관할 구청은 동천을 정화하려면 위쪽 지역의 하수구 장치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개선방안을 위한 용역을 실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문현금융단지 입주해 일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한 직원은 국제금융단지 공사가 시작된지 3년이 지났는데도 동천문제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하고 있는 부산시를 보면 답답하다면서 외국인들이 오가면 망신이나 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새 시장도 부임한 만큼 백화점식 접근방법보단 핵심사업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환경조성에 집중해 줄것을 주문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