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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지분 팔더니 아예 등 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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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 증권부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이번주 월요일 야심작인 ‘삼성ELS인덱스 펀드’를 내놓았습니다. 이걸 준비하는 데만 2년 이상 걸렸다는 게 삼성운용 측 얘기입니다.

어떤 상품이냐구요?

홍콩과 유럽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되, 괜찮은 구조의 13개 ELS(주가연계증권)를 모두 편입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ELS로 구성된 펀드는 처음이죠. 각 상환 시점을 2주 간격으로 설계해 상환조건이 충족되면 순차적으로 새 ELS를 편입하는 방식입니다. 목표 수익률은 연 7.5%선이구요.

매일 기준가가 산출되는 것도 장점이죠. 가입 후 6개월이 지나면 별도 환매수수료 없이 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상환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최장 3년까지 투자금이 묶이거나 높은 환매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기존 ELS의 단점을 해결한 것이죠. 각 ELS에 가입할 때마다 지불하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고, 매번 새 상품을 찾는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습니다.

이 상품은 지난 18일부터 대부분의 시중 증권사 창구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유독 삼성증권 창구에서만 볼 수 없지요. “내부 절차를 거쳐 25일쯤부터 판매하겠다”는 게 삼성증권 측 입장입니다. 삼성증권 창구에 물어 보니, 삼성ELS인덱스 펀드는 삼성의 추천상품 예비 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했다는군요. “계열사 상품이라고 해서 다 추천하는 건 아니다”고 했습니다.

금융계에선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관계사인 삼성증권만 빼놓고 다른 증권사에선 대부분 팔고 있으니까요. 굳이 일주일 늦게 판매하면서 내부 검토를 거쳐야 할 만큼 민감한 이슈를 제기하는 것도 아니구요.

일각에선 삼성증권이 지난 5월 삼성자산운용 지분(65.25%)을 전량 삼성생명에 매각한 뒤, 삼성자산운용과 거리를 두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입니다. 이제는 ‘한 식구’가 아닌데, 굳이 삼성운용 상품을 과거 만큼 신경 써야 하느냐는 것이죠.

삼성ELS인덱스 펀드가 각 증권사간 경쟁을 유도해 최적의 ELS를 편입하는 식이어서 삼성증권 측이 마뜩치 않았을 것이란 반응도 있습니다.

어쨌든 삼성자산운용 측은 내심 섭섭해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긴 어렵죠. 지분으로 직접 얽혀있진 않지만 관계사인 건 맞으니까요. 삼성자산운용으로선 이럴 때일수록 더욱 ‘상품성’으로 승부해야겠지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