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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9명, 김앤장 4명…로펌 대표는 왜 여러 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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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기업이나 정부부처 등 우리 사회 대부분의 조직은 대표가 한 명입니다. 기업에는 대표이사가 있고 정부에는 대통령이 있죠. 그런데 로펌은 대표가 몇 명씩 되는 특이한 조직입니다. 작은 로펌에는 한 명인 곳도 있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곳에는 대부분 2명 이상씩입니다.

예를 들어 10대 로펌 가운데 법무법인 세종과 태평양은 대표변호사가 무려 9명씩입니다. 화우가 8명, 광장이 6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율촌은 4명씩입니다.

어찌된 영문일까요? 왜 로펌은 대표가 이렇게 많을까요? 법조계가 예우를 중시하는 곳이라는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름 있는 판·검사 출신이 로펌에 영입되면 예우 차원에서 대표변호사로 추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사법연수원 기수를 기준으로 선·후배를 나누다보니 영입된 전관(前官)이 기존 대표변호사보다 선배일 때도 대표로 추대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 1월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연수원 16기)을 파트너 변호사로 영입했고 5월에는 대표변호사로 추대했습니다. 안그래도 대표가 6명으로 많았던 화우는 이제 7명이 됐습니다. 조 대표는 기존 대표변호사들 중에서 가장 기수가 낮은 양호승 대표(14기)보다도 후배지만 검찰 최정예부대의 지휘관이었던 만큼 격에 맞게 대표로 추대하자는 의견이 화우 내부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6월에는 김준규 전 검찰총장(11기)을 영입해 대표직을 줬습니다. 조 대표보다 고위직이었던 데다가 기존의 박영립 대표(13기), 양호승 대표(14기), 최승순 대표(16기)보다도 선배 기수인 만큼 자연스레 대표로 추대됐다는 후문입니다.

법무법인 광장을 볼까요. 지난 2월 길태기 전 서울고등검찰청장을 영입했는데 처음부터 대표 자리를 줬습니다. 2011년 말 영입된 박용석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도 처음부터 대표였습니다.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것도 아닌데 처음부터 대표 자리를 주는 건 일반 기업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겠죠.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한 법조인은 로펌의 마케팅이나 경영 관련 의사결정에 오히려 무딥니다. 명망 있는 전관 법조인에 대한 예우 목적이 상당부분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9.21(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