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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외환은행 합병 놓고 '양김(兩金)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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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연 정치부 기자)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기준 새정치연합 의원 등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합병론에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김 의원과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12일 금융정의연대, 론스타공동대책위원회,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과 공동으로 두 은행 통합 저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김 의원 등은 “최근 하나금융지주의 주도 하에 ‘금단의 열매’인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간의 통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통합 저지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대이유론 조기 합병 시도가 한국금융시장에 특혜, 먹튀 등 나쁜 선례를 남긴 ‘론스타 흔적’을 지울 수도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현재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에 지분을 넘기고 떠났지만, 론스타 지배상황에서의 주주총회 무효 소송과 주주대표소송(손해배상), 역대 금융감독책임자에 대한 고발 등 다양한 법률적 투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김 의원 등은 “이러한 상황에서 외환은행의 법인격을 박탈하고 강제로 하나은행과 통합하는 것은 론스타 및 관련 금융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은행 간 통합은 법률적 하자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산업자본은 은행지배를 할 수 없는데도 불구, 미국 일본에 산업자본 계열사를 거느린 론스타는 국내 금융당국의 묵인하에 외환은행을 인수했습니다. 따라서 론스타의 은행 지배가 불법적인 것이 밝혀진 마당에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주식을 매입한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권 역시 확립되기 어렵다는 게 김 의원 등의 반대 논리입니다.

김 의원 등은 최소 5년간 독립법인 유지를 서약한 노사정간 합의서도 공개했습니다. 이 합의서는 외환은행의 ‘독립법인 유지’를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2012년 2월 17일자 합의서에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회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김기철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총 4인이 공동 서명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기자회견을 기획한 김 의원이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김 의원은 1985년 외환은행에 입행, 노조위원장과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을 지냈습니다. 2008년 이후에는 마포남지점과 성산동지점의 지점장을 맡았습니다. 노조활동을 하며 정치 세력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김 의원은 현재 본인의 ‘적성’을 살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점장 시절 동료들을 만나 현장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김 의원입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외환은행 조기합병의 ‘군불’을 떼는 것을 보며 자신의 전 직장을 바라보는 심정이 어땠을지 짐작이 갑니다.

그러나 국회가 이들의 합병을 무작정 막을 수는 없습니다. 대신 정무위원회 활동을 통해 금융시장 감독 주체인 금융위원회 활동을 ‘감시감독’할 수는 있습니다.

실제 지난 7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하나금융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추진은 노사정 합의서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에 신 위원장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노조에 협의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은 외환은행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전제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로 인한 금융시장 피해와 그로 인한 후유증은 아직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해법으로 제시하는 거대 금융기관(하나+외환) 탄생에 론스타의 흔적은 적잖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두 은행 조기통합을 시도하려는 김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이를 막으려는 김 의원 간 힘겨루기가 어떤 결말을 낼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끝)

오늘의 신문 - 2024.09.2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