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야당 텃밭인 호남 재보궐 선거(전남 순천·곡성)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이정현 최고위원을 중앙 포토라인에 불렀습니다. 그는 이 최고위원에게 “선거 기간 전보다 살이 얼마나 빠졌냐”고 묻더니 곧 바로 “엎히라”고 했습니다. 김 대표의 돌발 행동에 신이 났는지 이 최고위원도 해맑게 웃으며 점프하듯 김대표 등에 ‘폴짝’ 올라 탔습니다.
김 대표 등에 올라탄 이 최고위원은 멋쩍었는지 업힌 뒤에도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는데요. 기자가 이 최고위원을 본 이후로 그렇게 크게 입을 벌리며 웃는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당직자, 출입기자 할 것 없이 그 특별한 모습을 찍기 위해 모여들자 대표최고위원실은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답니다.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재보선 개표가 종료된 뒤 이정현 후보 당선에 대해 ”우리나라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일”이라며 “이 후보가 국회에 오면 꼭 한 번 업어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지명 후 기자와 만나 “월요일(11일)부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라며 “김무성 대표가 말한 ‘업어주겠다’는 약속을 꼭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에게 업힌 뒤 이 최고위원은 모두 발언을 통해 “김 대표가 몸무게 물어보길래 선거 때 살 빠져 걱정하는 줄 알고 일부러 ‘살이 쪄 턱이 없어졌다’고 했더니 바로 업히라 하더라”며 또 다시 박장대소했습니다.
김 대표가 대표 선출 이후 자기 당 정치인들을 업어주는 이른바 ‘어부바 정치’를 보여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7·30 재보선 선거운동 기간에만 세 차례나 후보들을 업어줬습니다. 지난달 16일 김 대표는 경기 김포에 출마한 홍철호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홍 후보를 업은 채 “지지를 호소해달라”고 했습니다.
언론과 유권자들에게 반응이 좋자 김 대표는 다음날인 17일에도 충남 서산·태안에 출마한 김제식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을 찾아 김 후보를 업어주며 격려해줬습니다. 이어 같은 날 경기 수원병(팔달구)으로 이동한 김 대표는 김용남 후보 출정식을 참석해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라”고 지지해주며 김 후보를 또다시 등에 업어줬습니다.
그가 업어준 이들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정치신인이거나 어려운 지역에서 고군분투 하는 후보들이었습니다. 묘하게도 김 대표 등에 업혔던 후보들은 모두 당선됐습니다. 이쯤되면 김 대표의 ‘어부바 마법’이 큰 효과를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무대(김무성 대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 대표가 그동안의 무겁고 살벌한 보스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어부바로 포근한 ‘엄마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까요. 그가 언제 또 다시 누구를 업어 주며 ‘어부바 마법’을 발휘할지 궁금해집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