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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슈미트 "연결세상에서는 위대한 제품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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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파리의 IT 이야기)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또 책을 냅니다. 아주 관심이 가는 책입니다. 혼자 쓰는 건 아니고 전/현직 구글 간부들과 함께 씁니다. 공동저자는 조나단 로센버그 전 구글 부사장과 앨런 이글 구글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장(디렉터). 슈미트는 작년에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란 책을 전 세계에서 동시출간해 눈길을 끌었죠.

이번에 내는 책은 이름부터 특이합니다. ‘구글은 어떻게 돌아가나 (How Google Works)’. 구글이 덩치가 커진 후에도 어떻게 스타트업처럼 혁신적으로 움직이는지 얘기한다는 뜻이겠죠. 구글 임직원들이 어떻게 혁신적으로 일하는지 보여준다는 뜻도 포함한 것 같습니다.

로젠버그가 이 책을 구글+ 사이트에서 소개하며 날린 짧은 글이 눈길을 확 끕니다. ‘오늘날과 같은 연결된 세상에서는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은 제품이 아니라 위대한 제품(great works)이 성공한다’. 언제든지 필요한 정보를 폰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 세상에서는 포장을 잘한 제품이 아니라 진짜 좋은 제품이라야 한다는 뜻이겠죠.

책 소개 사이트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습니다. 힘의 균형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넘어갔다, 성공하려면 월등한 제품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려면 영리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끌어들여야 한다. 기업의 오너나 간부들한테는 섬뜩하게 들릴 만한 얘기입니다.

저는 로젠버그의 구글+ 멘트나 책 소개 사이트 글을 읽으면서 맨먼저 삼성이 떠올랐습니다. 삼성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기 시작하자 미국 언론은 지난해 언젠가 삼성의 마케팅 비용이 애플보다 얼마나 많은지 그래프까지 동원해 비교했습니다. 제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돈을 쏟아부은 결과가 아니냐, 이런 뉘앙스를 풍기면서.

삼성도 이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패스트 팔로어'로 열심히 뒤쫓고 마케팅을 잘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전략은 이젠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도 열심히 애플 삼성을 따라해 바짝 따라붙었습니다. 중국산은 가격이 월등히 싼 터라 격차가 더 좁혀지면 삼성으로서는 아주 난감해집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젠 '백병전'에서 이길 수 있는 실력이 중요해졌습니다. 제품 그 자체로 차별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애플 제품처럼 마니아 층을 만들지 못하면 하이엔드 시장에서 밀리고 로엔드 시장에서도 밀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런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 저는 모릅니다. 그건 누구보다 삼성 본인이 잘 알겠지요.

다만 제가 자주 듣는 얘기를 종합하자면,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업문화 정착이 시급해 보입니다. 삼성엔들 우수한 인재가 없겠느냐, 대한민국에서 쓸 만한 인재는 쓸어담지 않았느냐… 이런 얘기도 듣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내가 왜 삼성 가느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합니다. 연봉이 많냐 적으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느냐,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어쭙잖게 결론을 내리자면 패스트 팔로어 전략의 장점은 그대로 살린 채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진작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변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슈미트 회장이 쓴 책 ‘구글은 어떻게 돌아가나'는 저도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현재 구글플레이 북스토어에서 디지털 버전을 15,940원에 예약판매하고 있습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오늘의 신문 - 2024.05.1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