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증시 뉴스 속 '외국인'은 도대체 누구?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송형석 증권부 기자) 최근 국내 증시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외국인’입니다. 한꺼번에 자금 보따리를 풀어 코스피지수를 2080선 위까지 올려 놓은 것도, 슬금슬금 돈을 빼며 지수를 2050선으로 내려놓은 것도 모두 이들의 소행이지요. 개미 투자자들이 증시를 외면하면서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부쩍 커졌습니다.

증시 관련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외국인. 이들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사실 외국인을 주어로 한 기사를 매일 쓰는 증권 기자들도 이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하기 어렵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투자를 하려면 별도의 회선을 통해 주문해야 합니다. 금융당국 방침이 그렇습니다. 이 회선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무조건 외국인이라고 간주합니다.

물론 시간 차이를 두고 외국인의 국적 파악은 가능합니다. 금융감독원이 매달 20일께 전달 외국인 투자 동향을 국적별로 정리한 자료를 발표합니다. 미국계가 얼마를 샀고, 일본계가 얼마를 팔았다는 식의 분석이 나옵니다만 숫자 업데이트가 늦어 매일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는 증시 해석에는 큰 도움이 안됩니다.

기자와 애널리스트들은 외국인을 동일한 성향과 의도를 가진 세력으로 가정하고 증시를 분석합니다. “외국인이 돌아왔다”, “외국인의 변심” “외국인 선호 종목” 등과 같은 표현들이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관례적으로 그렇게 해 왔고 그게 편해서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자칫 시장의 상황을 잘못 이해할 수 있지요.

지난 1일의 사례를 볼까요.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6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하루 순매도액으로는 그다지 크지 않은 금액입니다. 증시가 평화로웠던 날인 셈이지요.

하지만 프로그램 매매 현황을 살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순매수액이 3251억원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이 가능하려면 한 외국인 세력은 39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세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보니 결코 평화로운 날이 아니었네요.

저는 당시 장기 투자 성향의 ‘롱펀드’들은 프로그램 비차익거래(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매매)를 통해 한국 주식을 샀고, 단기 차익에 집중하는 ‘헤지펀드’들은 개별 종목 단위로 한국 주식을 던졌을 것이라는 내용의 해석 기사를 썼습니다. 하지만 실제 누가 샀고 누가 팔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 여겼던 다른 날들에도 어쩌면 이날과 같은 다이나믹한 엇갈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외국인 동향만이 아닙니다. 주가지수의 움직임과 주체별 순매수액을 나열하면 특정일 주식시장을 다 이해한 것만 같습니다만. 사실 그 안에 숨어 있는 전략과 의도, 작전들이 무엇인지까지는 들여다 보기 어렵습니다.

미국 증시 뉴스를 보면 외국인, 기관, 개인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외국인이 얼마를 샀다는 표현은 아예 등장하도 않고요.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가 일상화 돼 개인의 직접투자가 적은 데다, 외국인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글로벌한 시장 환경 때문이겠지요. 어쩌면 구분해 봐야 장을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