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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은 대박인데 배급사 CJ엔터는 노심초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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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그린 영화 ‘명량’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CJ그룹에 고민이 생겼다고 합니다. CJ그룹은 명량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계열사로 갖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장사가 잘 되면 기뻐할 일이지 왜 걱정일까요?

요즘 CJ그룹의 최고 관심사인 이재현 회장 재판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리고 탈세를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현재 건강이 안 좋은 상태에서 구속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고 14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죠다. 당연히 CJ그룹 전체가 초긴장상태일 수밖에 없습니다. 상당수 직원은 이번 여름 휴가도 못간다고 합니다.

CJ그룹으로서는 법정 변론과는 별개로 ‘사회적 선처’도 최대한 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명량의 특정 대사나 장면이 누군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게 CJ그룹 관계자 전언입니다.

예를 들어 원래 제목은 ‘명량-회오리 바다’였는데 CJ 측은 부제처럼 달렸던 ‘회오리 바다’를 뺐습니다. 세월호 사고를 연상시켜 유족과 여론을 자극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고 하네요. 영화 대사 중에 ‘적을 수장시켜라’라는 내용도 있었는데 그것도 같은 이유로 뺐다고 합니다.

또 있습니다. 명량이 인기를 끌면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죠. 이 때문에 “현 정부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가 사람들로 하여금 명랑에 열광케 하고 있다”는 평론이 나오지는 않을지 긴장하며 살펴보고 있다고 하네요. 이런 평론이 나오면 청와대가 좋은 눈길을 주지 않을 테니까요. 물론 이 회장 재판을 맡고 있는 사법부는 행정부와 별개이긴 합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라도 불이익이 생길 빌미를 남겨놓는 걸 CJ그룹이 좋아할 리는 없겠죠.

CJ그룹이 걱정했던 일은 아직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배경이 바다라는 점과 관련해 세월호를 연상하는 글이 언론에 나온 적은 있습니다.

정부 리더십 비판과 관련해서도 20여년 전 대만 드라마 ‘판관 포청천’이 큰 인기를 끌었을 때 “현실이 정의롭지 못하다 보니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위해 정의의 사도인 포청천에게 열광하고 있다”는 평론이 쏟아져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CJ그룹의 걱정이 일리 있다는 참고사례가 될까요. 영화의 인기 행진이 얼마나 뻗어나갈지 궁금해지네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