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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보다 빠른 '하이퍼루프' 꿈은 일단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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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파리의 IT 이야기) 서울~부산 거리의 2배쯤 되는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구간을 편도 35분만에 달린다는 게 가능할까? KTX로 치면 5시간은 족히 걸릴 만한 거리인데… 작년 8월 이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있다. 미국 테슬라와 스페이스X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런 머스크(Elon Musk)다.

(국내 신문에서는 ‘엘론 머스크'라고 쓰지만 현지 발음은 ‘일런'에 가깝다. 왜 자꾸 독일어식 발음으로 표기하는지 모르겠다. 한경+에서만이라도 ‘일런'이라고 쓰겠다.)

일런 머스크는 작년 8월 비행기보다 빠른 ‘하이퍼루프(Hyperloop)’란 걸 제안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추진하는 LA~샌프란시스코 고속전철을 하이퍼루프로 건설하면 3시간으로 예상한 주행시간을 35분으로 단축하고, 예상 공사비 680억 달러도 75억 달러로 줄일 수 있다는 것. 최고속도는 시속 700마일(1126km). 비행기보다 빠르다.

지난해 일런 머스크가 밝혔던 계획을 대충 읽은 적이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양극과 음극이 서로 밀어내는 전기 특성을 이용해 반진공 상태의 기다란 튜브에서 전동차를 중간중간 총 쏘듯 밀어내고, 밀어내고, 또 밀어냄으로써 앞으로 가게 한다는 것이다. 실현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일런 머스크의 제안이라서 누구도 무시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머스크의 계획은 일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주법원은 지난주 주정부가 총알기차 건설을 위해 추진하는 80억 달러 채권 발행이 적법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누군가 첨단 기술을 외면하고 낙후한 기술을 도입하는 게 불법 아니냐고 제소했던 듯. 아무튼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밀고나갈 수 있게 됐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입장. 재정이 파탄 일보 직전까지 갔던 터라 건설비가 1/9밖에 안든다면 귀가 솔깃하다. 더구나 하이퍼루프를 작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기차길 위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 태양광발전을 통해 얻는다면 유지관리비도 훨씬 적게 들 것이다. 하지만 하이퍼루프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사례가 없다는 게 걸림돌이다.

인터넷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하이퍼루프 외면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했다. 3시간 대 35분. 하이퍼루프는 미래에서 온 기차, 현재 추진하는 총알기차는 과거에서 온 듯한 기차… 왜 증기기관차 같은 걸 택했냐고 지적했다.

주정부 공무원들은 무난한 쪽을 택함에 따라 일런 머스크는 하이퍼루프 꿈을 일단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다른 곳에서 검토하겠다면 모를까 레퍼런스 없이 공무원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이 KTX를 자기부상열차로 건설하면 훨씬 빨리 달릴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게 생각난다. /김광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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